理科 최상위권 “수시 최저기준 놓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영어-생명과학Ⅱ 복수정답 인정]수험생들 입시전략 수정 불가피
생명과학Ⅱ 등급컷 2점안팎 상승… 영어는 점수 변화 크지 않을듯
입시업체 ‘등락 예상 수치’ 제각각… 가채점 끝낸 학생들 혼란 휩싸여

사상 초유의 두 문항 복수정답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직후 가채점을 끝내고 이를 토대로 지원 전략을 세웠던 수험생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정답을 확정한 이후 채점에 돌입하므로 성적 변동이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수험생들은 지원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하는 터라 정답 변경에 따른 유불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험생들의 최대 관심은 복수정답 인정에 따라 본인의 성적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평가원은 아직 채점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데이터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영역별로 기존 정답에 따른 정답자 수, 복수정답 인정에 따른 정답자 수, 원점수와 표준점수 변동치, 등급 변동 규모 등을 전혀 알 수 없으며 채점이 끝나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올해 수험생들은 입시업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지게 됐다.

일단 영어는 기존 정답인 ④번을 선택한 수험생이 워낙 많아서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것이 입시업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원점수 평균이 0.1점 정도 오르고, 표준점수나 등급은 대부분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문계 수험생들은 수능 국어와 수학의 변별력이 높아서 지난해와 비슷하게 지원 전략을 세우면 된다.

문제는 생명과학Ⅱ에 따른 자연계의 혼선이다. 입시업체들은 기존 정답인 ④번을 선택한 수험생은 10%대에 그치는 반면 복수정답으로 인정된 ②번을 선택한 수험생은 60%가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원점수 평균이 1.3점가량 오르고, 상위권 등급의 구분점수가 원점수 기준으로 2점 정도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탐구영역의 경우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한 점수 예측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관건이다. 국어, 수학, 영어와 달리 선택제인 탐구과목은 응시자 규모가 작기 때문에 입시 전문 업체들의 예측마저 정확성이 많이 떨어진다. 기본이 되는 원점수와 등급 구분 점수도 매년 오차가 큰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올해처럼 복수정답까지 인정되면 원점수는 물론이고 표준점수와 등급 구분 점수를 예측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날 입시기관들이 내놓은 추정치가 제각각인 것이 이를 방증한다. 등급이 오르는 인원에 대해 진학사는 3400명, 유웨이중앙교육은 3600명, 이투스청솔은 4000여 명으로 추정했다. 반대로 등급이 떨어지는 인원은 유웨이중앙교육 1700명, 이투스청솔 3000여 명, 진학사 6100명으로 추산했다.

하늘교육은 복수정답 인정으로 4240명의 등급이 오르고, 2004명은 점수 변화가 없어서 오히려 등급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430명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오르고, 510명은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오르는 등 1479명이 새로 3등급 이내에 포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점자 비율은 기존 0.1%에서 0.7%로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복수정답 인정으로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수험생들이 다른 선택 과목에 비해 전반적으로 불리해지는 것도 불만을 살 것”이라며 “올해 두 차례 모의평가에서도 표준점수의 경우 쉬운 과목 만점자의 최고점수와 어려운 과목 만점자의 최고점수가 20점 이상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진학사는 1등급이나 2등급으로 오르는 인원이 전혀 없고, 중하위권을 중심으로 3448명의 등급이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기존 1등급은 438명, 2등급은 781명의 등급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생명과학Ⅱ는 상위권 수험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과목이라서 복수정답 인정에 따라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상위권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정답자의 표준점수와 등급, 백분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등급 하락자의 규모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위권 수험생은 등급이 떨어지는 바람에 수시 최저학력기준을 놓치거나, 정시에서 소수점 수준의 표준점수 차이로 당락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1등급 점수 구간이 기존의 41∼50점에서 복수정답 인정 이후 43∼50점으로 좁아지기 때문에 자연계 최상위권의 변별력이 약해질 것”이라며 “상위권 대학은 과학탐구 영역을 반영할 때 표준점수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백분위에 근거한 변환표준점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②번 이외의 답을 선택한 수험생 중 1100여 명은 백분위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수능#오류#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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