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교육청들이 예산을 집행하고 남은 금액이 1조 원이 넘었지만 지방채를 갚는 데 쓴 돈은 약 26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교육청들이 “빚 부담이 늘어난다”며 지방채 발행에 반대해 왔지만, 실제로는 집행할 예산이 남았는데도 빚을 갚지 않고 다른 용도로 써온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이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세계잉여금·순세계잉여금 집행현황’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세계잉여금은 한 해 세입 예산을 쓰고 남은 금액이다. 여기에서 사업별 이월금과 지방채 상환액, 국고보조금 등을 뺀 나머지가 ‘순세계잉여금’이다.
지방재정법 제52조에 따르면 세계잉여금은 원칙적으로 지방채를 갚는 데 우선 쓸 수 있다. 지방채는 해마다 이자가 붙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갚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지만 분석 결과 지난해 시도교육청의 순세계잉여금이 총 1조3876억여 원인데 지방채 상환액은 0.2% 수준인 26억여 원에 그쳤다. 갚고 남은 지방채는 2조5099억 원이 넘었다.
지방채가 없는 강원, 제주를 제외하고 15개 교육청 중 13곳은 지방채 상환에 단 1원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부산, 광주, 경남 교육청에서 쓰고 남은 예산은 지방채를 전부 갚고도 남을 만큼 많았다. 부산시교육청의 순세계잉여금은 1285억여 원에 달해 2013년도 지방채 잔액인 424억 원을 훌쩍 넘었다. 남은 예산으로 지방채를 갚은 교육청은 인천(24억여 원)과 세종(2억여 원) 두 곳뿐이었다. 그나마 세종시교육청의 상환액은 지방채 원금이 아니라 이자분에만 해당했다.
지방교육청들은 최근 5년간 빚을 갚지 않고 매년 수조 원의 예산을 남겨 다음해 세입 재원으로 사용하거나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해 왔다. 특히 경기도교육청은 2009년 6683억여 원, 2010년 5132억여 원, 2011년 6187억여 원, 2012년 3493억여 원 등 해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가장 많은 순세계잉여금을 기록했다. 하지만 남는 예산 중 지방채를 갚는 데 쓴 돈은 5년 내내 ‘제로(0)’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교육청들은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지방채로 충당하라는 중앙정부의 요구에 대해 “빚이 늘어나 부담이 너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누리과정 지방채 이자까지 교육부 예산으로 갚아주기로 한 상태다. 김 의원은 “교육감들이 빚을 갚기보다는 자신들의 공약을 지키기 위한 세입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순세계잉여금 발생만 줄여도 중앙정부와 갈등 없이 많은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