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충북 혁신학교, 학력저하 해결이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일 03시 00분


2015년 출범 앞두고 각계 우려 목소리
‘2년후 학력검증’ 조건 통과됐지만 “아이들이 실험용이냐” 지적도

논란을 빚었던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행복씨앗학교’(혁신학교)가 내년부터 추진이 가능해졌다. 다만 관련 예산을 통과시킨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2년 뒤 학력 검증을 단서로 달았고, 일부 학부모 단체에서 예산 삭감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윤홍창)는 지난달 27일 제336회 정례회를 열고 충북도교육청이 제출한 혁신학교 관련 예산안을 수정해 통과시켰다. 단, 혁신학교를 지정하고 2년 뒤에 충북도의회와 협의해 객관적인 평가기관을 통해 학력을 검증해 예산 지원을 재검토하겠다는 단서 조항을 붙였다.

도의회 교육위는 도교육청이 제출한 9억 원의 혁신학교 사업비를 일부 삭감해 6억5000만 원으로 가결했다. 혁신학교 1곳당 4000만 원씩 10개교에 4억 원, 준비학교 1곳당 1000만 원씩 20개교에 2억 원을 사용하고, 혁신학교 10곳의 학력평가 검증예산 5000만 원도 승인했다. 또 혁신학교에 배정되는 교사들의 특혜 시비를 없애고, 평교사를 장학관으로 차출하지 않기로 했다. 충북도교육청은 초중고교의 혁신학교 비율에 따른 교육의 연속성 결여 문제를 없앨 수 있도록 혁신초등학교가 있는 곳에 혁신중고교를 배치하기로 했다.

윤홍창 교육위원장은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학력 수준을 파악하고, 해마다 검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성적 향상이 안 되거나 오히려 떨어질 경우 예산을 삭감하거나 회수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또 “혁신학교의 문제점으로 제기됐던 학력 저하에 따른 아이들의 미래비전 포기,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증가 부담, 타 학교와의 형평성 논란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집행부를 잘 감시감독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에선 반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충북교육사랑학부모협회와 청주시학교아버지회연합회 등은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국정감사 자료까지 제시하며 혁신학교에 대해 혈세를 낭비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다 계수조정을 통해 승인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충북도의회) 예결산위원회는 이 예산을 다시 한 번 검토해 삭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육위가 혁신학교를 2년 뒤 평가하겠다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실험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교육위는 2년 뒤 우리 아이들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충북 혁신학교는 ‘능력 있는 사람을 기르자’는 보수적 교육관과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자’는 진보적 교육관을 융합하겠다는 것. 지역 특색에 맞게 도시형과 농촌형으로 운영되며, 학교장이 교사 정원의 50% 이내에서 우수 교사를 초빙할 수 있다. 또 교과별 연간 수업시수의 20%를 늘리거나 줄여 운영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교무 실무사 등이 우선 배치된다. 교육과정은 △생태 중심형 △생활교육 중심형 △문화예술 중심형 △수업개선 중심형 △교육복지 중심형으로 각각 운영된다. 충북도교육청은 내년부터 2018년까지 해마다 10개의 혁신학교와 20개의 혁신학교 준비학교를 지정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달 공모 결과 초등학교 22곳, 중학교 10곳, 고등학교 7곳, 특수학교 2곳이 신청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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