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인 권택환 씨(62)는 눈이 불편해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았지만 올해 서울디지털대에 편입해 학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는 육군3사관학교를 1974년에 졸업해 소위로 임관한 뒤 전·후방 각지에서 지휘관과 참 모임무를 수행하다 1994년, 한쪽 눈을 실명해 육군소령으로 퇴역했다.
시각장애인이 돼 서울 맹학교 의료재활과에서 안마, 침술을 2년 동안 공부하고 2004년 졸업했다. 지금은 완전 실명하여 시각장애 1급으로 전맹이며, 컴퓨터를 아주 잘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도전하며 살고 있다.
그가 서울디지털대에 진학하고 문예창작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내 인생을 글로 써보고 싶어서”이다. 그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집사람 이야기, 나의 두 딸과 사위 이야기, 나의 외손자 이야기 등 제 인생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며 “목표는 시, 수필, 소설을 1권씩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보니 집에서 인터넷으로 공부할 수 있는 사이버대가 그에게 맞는 공부방식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이론을 배우는 국문과보다는 실제로 글쓰는 연습을 할 수 있는 문예창작학과에서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를 배워서 일반인과 똑같이 수업을 듣고 있다. 화면 읽기 프로그램인 스크린 리드를 이용해 수업과 공지사항 등을 체크한다. 키보드 방향키로 화면에 쓰인 글자를 소리로 듣다보면 퀴즈, 과제, 토론을 할 때 못 읽고 놓치는 경우나 잘못 읽을 때도 있다.
그는 “아무래도 컴퓨터를 아주 잘하는 게 아니다 보니 시험이나 과제 등 문서 작성이 어려울 때가 있다. 집사람도 컴퓨터를 잘하지 못해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고 아쉬워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학교생활을 하며 어려웠던 점에 대해 그는 “퀴즈, 과제 일자를 깜박깜박 놓칠 때 화가 나다가 웃는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한 번 읽으면 되는 것을 한 글자 한 글자 소리로 확인하려니 시간과 노력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는 “남들 1시간 공부할 분량을 저는 4∼5시간씩 공부해야 한다”며 “다만 공부하는 것이 재미있다 보니 강의 음성 파일을 내려받아 항상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글쓰기가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글쓰는 것이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글을 쓰는 것은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면서 나의 한을 글로써 풀어낼 수 있다”라며 “학교에서 내 인생, 사랑, 긍정, 감사를 배웠다. 앞으로도 많은 독서와 많은 글을 쓰면서 즐겁게 배워 도전과 적극성을 발휘해 나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시험 성적보다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 어렵게 글을 완성한 뒤 그것을 읽으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열심히 배워 꼭 나에 대한 이야기, 자서전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디지털대 등록금은 학점당 6만 원이다. 보통 한 학기에 100만원 내외로 오프라인 사립대학의 4분의 1 수준이며, 사이버대 중에서도 저렴한 편이다. 해당요건에 따라 입학금이나 수업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전형과 장학혜택도 다양하다.
전형으로는 △직장인, 자영업자, 주부, 검정고시, 전문대 출신 등 해당요건 충족 시 18만원의 수업료를 감면해 주는 특별전형 △제휴 산업체 재직자에게 입학금 30만 원과 매 학기 수업료를 감면해 주는 산업체위탁전형 △직업군인일 경우 입학금 전액, 수업료 50%가 감면되는 군위탁전형 △장애인, 기초수급대상자, 북한이탈주민에게 최대 20%까지 수업료를 감면해주는 기회균등전형 등이 있다.
개설학과는 경영, 세무회계, 금융보험, 상담심리, 사회복지 등 인문사회 계열과 컴퓨터정보통신, 미디어영상, 디지털디자인, 문예창작 등 IT 및 문화예술 계열로 구분된다. 사이버대 중 가장 많은 23개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타 사이버대에서는 보기 힘든 디지털패션, 회화과, 실용음악학과 같은 이색 학과도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