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도시에서 개최해 오던 올림픽을 여러 도시에서 분산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8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통과하면서 강원도와 겨울올림픽 유치를 놓고 한때 경쟁을 벌였던 전북 무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의 각종 경기장 건설 등에 따른 환경 피해와 추가 부담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미 동계유니버시아드를 치른 경험이 있는 무주에서 ‘활강’ 경기를 분산 개최하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말 채택된 전북도의회의 ‘가리왕산 활강 경기장 조성사업 전면 철회 및 무주리조트 활강 코스 보완 활용 건의안’이 이번 IOC의 개혁안 통과 이후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당시 건의안에서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 치렀던 무주리조트는 국제 규격의 활강코스를 갖춰 일부 보완만 하면 국제스키연맹이 규정하는 요건을 충족해 대회를 치를 수 있다”며 “올림픽 경기를 분산 개최하면 평창 가리왕산(825m)의 산림 파괴를 막고 개최에 드는 예산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평창 가리왕산에 조성될 활강 스키장은 환경 훼손이 심한 데다 건설하는 데 1100여억 원이 필요하고 대회가 끝난 뒤 원상 복원하는 데에도 1000여억 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보여 국내외 환경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제스키연맹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측에 높이 905m, 길이 3280m 규모의 활강 스키장 건설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 무주리조트 스키장은 표고차가 809m이지만 기존 시설을 보완하면 국제스키연맹에서 요구하는 표고차(855m)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도와 무주군은 약 120억 원이면 표고차 보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북도의회 상임위원장단은 9일 간담회에서 “환경 논란과 개최비용 절감 등을 고려할 때 평창올림픽의 무주 분산 개최를 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주군도 IOC의 분산 개최 개혁안 발표 이후 활강 종목의 무주 유치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환경단체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일본과의 분산 개최 압박을 피해갈 최적의 방안으로 보기 때문이다.
황정수 무주군수는 “현재 가리왕산의 활강 경기장 건설을 40여 개 나라 환경단체가 반대하고 있고 2000여억 원의 예산 투입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주가 활강 종목을 맡아 개최하면 양 도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매우 효율적인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황 군수는 “무주는 1997년 유니버시아드를 개최한 경험이 있어 대회를 잘 치를 준비가 돼 있다”며 “‘2010년 겨울올림픽은 강원도가 단독 유치하고 탈락하면 이후에는 전북에서 단독으로 참여한다’는 내용의 2002년 전북도-강원도 협약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점을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강원도는 현재 경기장 공사가 전반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나온 분산 개최 여론에 절대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오세봉 강원도의회 동계올림픽특위 위원장은 “무주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할 수 있지만 도민 여론 등을 고려하면 분산 개최는 어렵고 현실성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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