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新삼다도’ 제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2일 03시 00분


카페-게스트하우스-벼룩시장

육지인들이 제주로 주거지를 옮기는 ‘제주 이주’가 붐을 이루면서 갖가지 새로운 풍속도와 현상을 낳고 있다. 제주 인구가 늘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많지만 이주민들이 제주에 와서 하는 사업이 커피전문점 게스트하우스 등 특정 분야에 몰리면서 서로 출혈경쟁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올해 전입인구에서 전출인구를 뺀 제주지역 인구 순유입이 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인구이동이 제주경제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이라는 자료를 10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제주 순유입 인구는 4800여 명으로 지역내총생산(GRDP)을 2.1%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인구 유입 등으로 제주의 지방세 세수 증가율은 2012년 전국 평균 3.1%의 5배가 넘는 17.7%로 나타났다.

○ 이주민 창업, 카페 게스트하우스에 집중

제주 이주민들은 상당수가 제주 이주를 결심하면서 적은 돈으로 손쉽게 창업이 가능한 커피전문점이나 게스트하우스를 떠올린다. 커피를 팔면서 자신이 직접 구운 쿠키나 빵을 파는 커피전문점이나 카페는 제주 이주민이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쏠림 현상이다. 11일 제주시와 서귀포시 등에 따르면 10월 현재 커피전문점은 664곳에 이른다. 2010년 104곳에 비해 6배 이상으로 늘었다. 커피전문점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일부 업소는 하루에 다섯 잔 팔기도 힘든 상황이다.

게스트하우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터넷 등에서 검색하면 제주지역 게스트하우스는 300여 개로 나오는데 실제 운영 중인 게스트하우스는 농어촌 민박 등을 포함하면 1000여 곳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게스트하우스가 넘치다 보니 고객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고객을 차량으로 이동시키는 픽업 서비스는 물론이고 조식 무료, 오름(작은 화산체)이나 올레길 수송 서비스 등은 기본이 됐다. 서귀포시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정모 씨(54)는 “특별한 테마로 소문난 게스트하우스는 예약이 힘들기도 하지만 3억∼4억 원을 투자해 놓고도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어려워 대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제주 이주를 생각한다면 새로운 창업 분야를 치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주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문화 형성

이주민들의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예술가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있으며 친환경 농산물, 유기농 재료, 수제품 등을 파는 벼룩시장이 곳곳에서 열린다. 벼룩시장은 지역주민과 소통하거나 이주민끼리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이주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이주민과 이주 희망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식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이주 관련 커뮤니티를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주민들의 불만을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제주 이주 희망자를 대상으로 제주살이 체험학교를 운영했으며 귀농귀촌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9일에는 제주 이주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공식기구인 ‘정착주민지원위원회’가 발족했다. 이 위원회는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2년 동안 제주 이주민 지원 종합계획 평가, 이주민과 지역주민 간 상생 협력 사업 등을 마련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이주민#제주#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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