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때문이었다. 20여 년을 일해 겨우 경북 안동시 풍천농협 지소장이 될 수 있었다. 소박하지만 행복했다. 하지만 잇따른 주식 투자 실패가 화근이었다. 사채업자들의 압박이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청와대 비자금 회수팀’이라며 접근해 온 전문 사기단과 사기를 치기로 했다.
2005년 2월 박모 씨(50)는 거래전표를 조작해 66조 원을 미리 공모한 지인의 농협 계좌로 허위 이체했다. 사기단이 별도로 시중 은행 임직원들을 포섭해 7조 원을 빼돌리려다 경찰에 덜미를 잡히자 박 씨도 검거됐다.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으로 박 씨는 1년간 복역했다. 출소 후 돌아갈 직장은 없었다. 은행원 경력을 살려 주식 투자 등을 제안한 뒤 돈을 가로채는 전문 사기꾼이 됐다. 수차례 교도소를 오가며 전과 15범이 됐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박 씨는 2010년 서울구치소에서 만난 백모 씨(32)와 지난해 4월 유령 회사를 만들었다. ‘금융자문 투자설계 분야 재무이사’라고 소개한 이들은 구직 사이트를 통해 채용한 직원 등에게 “연 20%에 달하는 이익금을 줄 테니 대출받아 투자하라”고 유혹해 투자금을 가로챘다. 학자금이나 성형 등을 위한 돈이 있었던 여성들이 손쉽게 이들의 유혹에 넘어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김모 씨(29·여) 등 25명에게서 8억7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박 씨와 백 씨를 구속하고 배모 씨(27·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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