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E 효과… Engineering(시설) Education(교육) Enforcement(단속)
11월까지 4317명… 2014년 4800명대 예상, 과속 사망 2013년대비 69%나 줄어
OECD 회원국 중 여전히 최하위권… 착한운전-교통약자 대책 확대해야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한국군은 8년 동안 5099명이 전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끔찍한 결과다. 하지만 2013년 한 해에만 단 한 가지 이유로 이와 비슷한 규모인 5092명이 숨졌다. 그 이유는 바로 교통사고다. 이처럼 한국을 ‘후진국 대열’에 세워 놓았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978년 5000명대에 진입한 지 36년 만에 4000명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월 1일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 수(잠정치)는 4317명으로 나타나 연말까지 4800명 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 소중한 생명 살렸다
운전자와 자동차 수 증가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991년 1만3429명으로 정점에 이른 뒤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지만 마의 ‘5000명 선’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국가의 교통안전 수준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사망자 수를 4000명대로 끌어내린 사실 자체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결과는 정부가 2017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30% 감소를 목표로 추진한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종합대책’은 물론이고 동아일보-채널A의 ‘시동 꺼! 반칙운전’이 2년 넘게 추진되는 등 대대적인 교통안전 캠페인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든 데에는 과속으로 인한 사망자가 줄어든 점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 9월까지의 과속 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9%(71명)가 감소했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똑같이 사고가 나도 속도를 줄이면 그만큼 사망사고는 덜 발생한다”며 “도심부 이면도로 속도 제한 등 과속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 ‘나쁜 운전’ 버리고 ‘착한 운전’ 시작해야
사망자 수가 4000명대에 진입했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다. 올해 사망자는 줄었지만 사고 건수와 부상자 수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지난해보다 4.1% 늘어났다. 부상자도 2% 증가했다. 교통사고는 더 발생했지만 사망자가 생길 만큼 큰 사고만 줄었다는 것이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망자 수만 줄고 사고 건수나 부상자 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실제 운전자들의 후진적인 운전 행태는 개선되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저유가 추세로 교통 운행량이 늘어나면서 2015년에는 다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5000명대로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령자·어린이 등 교통약자를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올해만 해도 65세 이상 고령자 교통사고는 지난해에 비해 10.2% 늘어났다. 김인석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보행자 사고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데 피해자 다수가 고령자”라며 “교통사고 사망자를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교통약자를 겨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선진국과의 격차도 여전히 크게 벌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2012년 기준)는 10.8명으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가 2000년 1만236명에서 2012년 5392명으로 47.3% 감소하는 동안 교통선진국 다수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절반 이상 줄였다. 특히 아이슬란드(71.9%), 스페인(67.1%), 덴마크(66.5%) 등이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인 대표적인 국가다.
전문가들은 교통사고 사망자를 지속적으로 줄이기 위해 시설(Engineering), 교육(Education), 단속(Enforcement)을 가리키는 교통안전의 ‘3E’ 원칙에 따른 종합적인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통안전공단 오영태 이사장은 “예방 교육 단속 등 모든 관련 분야에서 지금보다 한층 강화된 노력을 기울여야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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