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3호기 질식사고 유족 분통 “동료들 점심 전부터 안보였다고 해”
발생시간 ‘오후 5시’ 이전일수도… 현장감식서 질소배관 누출 확인
울산 울주군 신고리원전 3호기 공사 현장에서 유출된 질소에 질식해 숨진 근로자 3명은 안전 장비를 전혀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발생 시간도 당초 알려진 26일 오후 5시보다 훨씬 빨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희생자 손모 씨(41)의 부인은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방독 마스크도, 산소호흡기도 없이 가스 유출 위험 지역을 순찰시켰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숨진 손 씨는 현대건설 협력업체인 대길산업 소속으로 다른 근로자들의 작업 안전도를 점검해 왔다. 하지만 함께 숨진 김모 씨(35)처럼 발견 당시 아무런 안전 장구도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대길산업 측은 “위험 현장의 작업자는 몰라도 순찰 근무자는 따로 보호 장비를 갖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길산업은 사고 현장에서 케이블 마감 공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사고 발생 시간도 고리원전본부가 발표한 ‘오후 5시’보다 훨씬 빨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손 씨 부인은 “사고 당일 오전 8시 53분 남편과 통화한 후 연락이 끊겼다”며 “동료 직원들에게서도 점심시간 이전부터 남편을 볼 수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손 씨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을 확인한 결과 그는 부인과 통화한 이후 현대건설 간부(오전 9시 36분), 숨진 KTS 솔루션스 홍모 씨(9시 48분)와 통화했고 이후 통화한 기록이 없었다. 대길산업 측은 “점심 식사 후에도 연락이 되지 않아 조를 편성해 두 사람을 찾아 나섰다”고 밝혔다.
손 씨와 김 씨의 사고 현장은 26일 오후 4시 17분경 홍 씨가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수색에 나섰던 직원들에 따르면 이 무렵 철제 사다리를 타고 사고 현장에 먼저 진입한 홍 씨가 “오지 마, 오지 마”라고 소리쳐 접근을 막았다고 한다. 다른 직원들이 장비를 갖춰 진입했을 때는 홍 씨 등 3명 모두 산소 결핍으로 숨진 뒤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은 사고 다음 날인 27일 오후 2시부터 사고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실시했다. 감식 결과 사고가 난 밸브 룸 안 질소 배관에서 미세하게 가스가 샌 사실이 확인됐다. 누출 원인이 시공 잘못인지 제품 불량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 현장에는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4호기의 밸브 룸도 3호기와 같은 방식으로 시공되고 있기 때문에 3, 4호기 전체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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