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됐던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비스트사 인수 과정에서 1조3300여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해외 자원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성과 분석 감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은 2일 하비스트 인수 계약에 적극 개입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사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는 부실한 회사를 비싸게 매입한 강 전 사장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등 손실 보전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이 특정 기관장 업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동시에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감사원은 강원랜드 이사회가 ‘오투리조트’에 150억 원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원금 회수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의결한 이사들에 대해 해임을 요구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통보했지만 형사상 책임까지 묻지는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강 전 사장은 애초 인수 대상에서 제외했던 하비스트의 정유부문 계열사가 부실 자산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흘 만에 매수를 준비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석유공사의 자문사인 메릴린치는 당시 정유부문 계열사를 시장가격인 주당 7.3달러보다 높은 주당 9.61달러로 평가했다. 이후 강 전 사장은 주당 10달러에 계열사를 매수하도록 지시했다. 감사원은 강 전 사장이 경영목표 달성을 위해 급조된 현지 실사 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실제 9억4100만 달러(약 1조560억 원) 가치로 평가되는 계열사를 12억2000만 달러(약 1조3693억 원)에 매입해 최소 2억7900만 달러(약 3133억 원)가 과대평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 결과 강 전 사장은 이후 이사회 승인 과정에서도 “자산 가치 평가가 잘됐다”고 허위로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강 전 사장이 계약 체결 이후 이사회 승인까지 인수 적정성을 재검토할 시간이 있었지만 아무런 검토도 하지 않았다”며 “고가 구매 비난을 피하기 위해 ‘사업 추진계획’을 실제 협상내용과 다르게 보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계약 체결 이후 부실이 심화하면서 석유공사는 지난해 8월 정유부문 계열사를 불과 350만 달러 상당에 매각해 총 1조3371억 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석유공사의 도덕적 해이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 결과 2010년 영국의 석유탐사업체 다나사를 인수한 뒤 남은 예산으로 임직원 1025명 전원에게 발광다이오드(LED) TV 또는 노트북 등 13억 원 상당의 현물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2년 실적 악화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줄자 7억 원 상당의 태블릿 PC와 10억 원 상당의 디지털카메라를 전 임직원에게 지급하며 회계 서류도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한국광물자원공사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투자 과정에서 경제성을 부풀려 부당 처리한 사실도 적발해 관련자들에 대해 인사 자료로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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