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9일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서 ‘국가 개조’의 일환으로 다양한 제도 개선책을 제시했다. 이튿날 정부는 해경 해체부터, 사고 기업 재산 환수 등 사회 전반에 걸친 27가지 제도 개선 과제를 내놨다. 지난해 10월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이후 국토교통부는 환풍구 높이를 최소 2m 이상으로 만들고 공중 노출 시 투시형으로 바꾸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반복된 사고에 가장 먼저 내놓는 대책은 제도 개선이다.
하지만 이처럼 제도부터 손대는 접근 방식은 현실과 동떨어지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동아일보 취재팀이 다중이용시설, 선박, 펜션 등 지난해 안전사고가 발생했던 시설물을 점검한 결과 제도 개선 이후에도 여전히 안전에 취약한 부분이 다수 발견됐다.
지난해 취재팀이 탑승했던 한 선박은 신분 대조 작업을 꼼꼼히 한 반면 별도의 수하물 점검은 전혀 하지 않았다. 선박 운항관리감독이 아직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상인들이 소화기와 대피로의 위치 등 기본적인 내용조차 모르고 있었다. 한 상인은 “가게 주인들은 참여 못하는 형식적 훈련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정 사고 수습을 위한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의 안전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대구지하철 화재 이후에도 제도는 정비됐지만 참사는 되풀이됐다”며 “안전에 대한 실천적 학습 과정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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