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학업성취도 수학 문제… 시험전날 학원에 통째로 유출

총 50개 문항… 12월 전남 광양서 교직원이 학원장에 e메일로 보내
경찰, 다른 학원도 공유 여부 수사

지난해 12월 초 전남 400여 개 초등학교에서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 수학 문제가 일부 학교에서 통째로 유출됐다는 의혹이 경찰 조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전남 광양경찰서는 전남의 한 초등학교 교직원 A 씨와 광양시내 사설학원 원장 안모 씨(34·여)가 학업성취도 평가 수학 문제 사전 유출에 관여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안 씨가 교직원 A 씨 등에게서 받은 e메일을 삭제했으나 최근 이를 복구해 유출 경로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안 씨의 학원이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것을 감안해 다른 학원에도 유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안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서 여러 사이트를 검색해 예상 문제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해 12월 4일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학원생들에게 수학 A·B형 각 25문제씩 총 50개의 예상 문제를 나눠주고 시험을 보게 했다. 시험 직후 곧바로 시험지를 회수했지만 학원생 B 양(13·Y 6학년)이 문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담임교사에게 풀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바로 다음 날인 5일 Y초등학교가 전교생을 대상으로 2학기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했는데 수학 시험 25개 문제가 동일했기 때문이다.

전남도교육청이 주관해 지난해 12월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는 전남지역 420개 초등학교가 참여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말 서술형, 사지선다형 등의 문제 50개가 담긴 수학 영어 과목 CD를 일선 초등학교에 배포했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학원들이 원생 성적이 오르면 학생들이 몰리기 때문에 학업성취도 평가 CD를 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광양=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