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세월호 겪고도 ‘기초질서 외면’ 여전
안전의식-공공질서 제자리걸음… 작은 습관 고쳐야 큰 사고 예방
“겉보기에 문제가 있는지만 확인합니다.”
지난해 12월 23일 전남 완도에서 제주로 향하는 여객선 안에서 소화기 안전점검 실태를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취재진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짓자 담당자는 “이 배의 소화기는 매달 한 차례 ‘육안 점검’만 하고, 소화액이 나오는지는 1년에 한 번 6월에 실시하는 정기검사에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승객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안전요원의 무성의한 답변이었다.
지난해 10월 추락사고로 16명이 숨진 길거리 환풍구 관리 실태는 어떨까. 지난해 말 당시 사고가 난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인근의 다른 환풍구를 찾아갔더니 경고문이나 접근 차단시설이 전혀 없었다. 정부는 높이 2m 이하 환풍구에 차단시설 설치를 권고했지만 관리인은 “환풍구는 사람이 올라가면 안 되는 곳”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우리 사회는 ‘세월호 쇼크’를 겪었다. 온갖 안전 관리대책을 내놓고 제도를 바꿨다. 하지만 현장 관리자의 안전 수준은 세월호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시민의식 부재’도 여전했다. 본보 취재진이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서 만난 한 폐지 수거인은 “3시간 동안 거리에 있는 깡통만 300개를 주웠다”고 했다. 축제일이면 어김없이 거리는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바뀌고 모두가 나 몰라라 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작은 불합리와 부조리를 외면해온 습관은 공동체의 위기를 초래한다. 귀찮다는 이유로 무단 횡단하고, 쓰레기통이 멀다고 길에 담배꽁초를 버려 온 결과가 ‘세월호 침몰’ 같은 참사로 이어진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평가한 한국의 사회자본지수는 10점 만점에 5.07로 낙제 수준이다. OECD 32개국 중 29위다. 사회 구성원들이 그만큼 공동체의 규칙을 지키지 않고 공공(公共)에 대한 책임감을 팽개치고 있다는 의미다. 동아일보는 2015년 연중 기획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를 통해 우리 주변의 잘못된 관행들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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