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교사 이모 씨(72)는 지난해 12월 12일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 두 통을 받았다. 각각 경찰청과 금융감독원 소속이라고 밝힌 상대방은 “당신의 개인정보가 도용됐으니 은행계좌에 있는 돈이 모두 인출될 수 있다”고 알려줬다.
연달아 같은 내용의 전화가 걸려오자 이 씨는 의심보다 덜컥 겁부터 났다. 금감원 직원이라는 상대방이 친절하게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해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넣어두면 금감원 안전금고로 옮겨 집중 관리해주겠다”고 제안한 내용에 믿음이 갔다. 이 씨는 통화를 마치자마자 적금(3000만 원)을 해약했고 생활비에 쓰려 개설했던 마이너스 통장에서도 2770만 원을 인출해 모두 5770만 원을 집 근처 서울 중랑구 중화역 물품보관함에 보관했다.
경찰청과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두 사람은 모두 중국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일당이었다. 이 씨는 뒤늦게 사기임을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한발 늦었다. 이 씨의 돈은 이미 국내 인출책 윤모 씨(48)의 손을 거쳐 서울 관악구의 송금책에게 전달됐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윤 씨와 국내총책 주모 씨(46)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조선족인 주 씨와 윤 씨는 취업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범행에 성공할 때마다 건당 100만 원, 2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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