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의 생생한 현장을 지켜봤던 전남도청 앞 시계탑이 30년 만에 제 옷을 찾는다. 1980년대 중반 군사정권이 시민 몰래 서구 농성광장으로 옮겼던 이 탑이 새 단장을 마치고 원래 자리에서 27일 일반에 공개된다.
당초 이 시계탑은 1971년 광주에서 청년회의소 전국회원대회가 열리는 것을 기념해 광주청년회의소와 자매결연한 일본청년회의소가 만들어 기부했다. 시계는 지름이 1m이며, 탑신은 높이 9.2m, 무게 40t이었다. 탑 내부는 콘크리트, 외부는 대리석을 입혔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광장과 금남로는 계엄군에 의해 시민들이 학살당한 장소다. 5·18 직후 한 독일 기자가 ‘전남도청 광장 시계탑은 알고 있다’는 기사를 쓰자 신군부는 1980년대 중반 시계탑을 비밀리에 농성광장으로 옮겼다. 시계탑 이전 시기는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고 1985년경으로만 추정되고 있다. 옮기는 과정에서 외부 대리석이 떨어지고 화강석이 새로 입혀졌다. 시계도 어디론가 사라졌다.
시계탑의 제 옷 찾아주기는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실 주무관 김경규 씨(44)가 지난해 12월 10일 강원 정선군에서 대리석 광산을 하는 호영식 씨(62·여)를 만나면서 이뤄졌다. 호 씨는 과거 시계탑 사진을 보자마자 곧바로 외부 대리석이 정선산(産)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광산에서 나는 최고 품질의 대리석 50여 장을 납품했다. 호 씨는 “돌에도 혼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시계탑이 30년 만에 제 옷을 입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 씨는 “동해바다 조개·산호 껍데기가 압축된 정선 대리석은 외국산 대리석보다 단단하고 무늬가 아름답다”고 덧붙였다.
이 시계탑에서는 매일 오후 5시 18분부터 3분 정도 5·18민주화운동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온다. 노래 시작과 마지막에 종소리가 세 번 울리고 파이프오르간 음률이 퍼지는 차임벨 형태다. 음원은 남부대 배창희 교수(노래 바위섬 작곡자)팀이 재능기부 했다. 탑에는 새로 제작된 시계도 부착된다. 이경률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은 “5·18을 상징하는 시계탑이 제 모습대로 복원되면 옛 도청 자리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함께 5·18민주화운동의 역사 현장답사 코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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