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의 눈물1]해고 위기 넘기고 최저임금 100% 받나했더니…
인건비 줄이려 ‘하루 10시간 휴식’도… 퇴직해도 충원 안해 환경 더 악화
올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급 인상을 기대했던 아파트 경비원들이 ‘무급 휴식시간 연장’이라는 입주자 측의 대응으로 임금 인상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비원 분신사건 이후 고용승계 논란을 빚었던 서울 압구정동 A아파트 경비원들은 지난해까지 식사 때 하루 2시간의 휴식을 보장받았다. 한 달 급여는 평균 186만 원이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5580원)이 350원 오르고 이를 100% 보장받게 되면서 경비원들이 수령할 한 달 급여는 230여만 원.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휴게시간 3시간 연장’을 결정하면서 실제 월급은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유급 근무시간을 줄여 임금 상승을 차단한 것이다.
문제는 휴게시간에도 완전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사 중에도 주차 관리나 입주민들의 잔심부름을 해주는 일이 많다. 경비원 이모 씨(71)는 “밥을 먹다가도 차를 빼러 나가야 하는데 휴게시간에 어떻게 쉬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승계를 보장받았지만 A아파트 경비원들의 근무환경은 더 열악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년을 맞은 경비원 7명이 퇴직하지만, 16일부터 새 고용계약을 맺는 용역업체 측은 추가 인력 충원은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용역업체 측은 “경비원 고용은 입주자대표회의 결의사항이라 우리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비원들의 시름은 A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취재진이 서울 강남과 양천구 목동 일대 대규모 아파트 밀집지역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 경비업체를 다시 선정하며 휴게시간을 연장했다. 목동에서 만난 경비원 박모 씨(66)는 “월급이 20만 원 정도 올라야 하지만 휴게시간이 2시간 늘면서 수령액은 사실상 그대로다. 지하에 쉴 공간이 있지만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휴게시간이 하루 10시간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아파트는 경비업체를 다시 선정하며 ‘주간 4시간, 야간 6시간’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24시간씩 격일제 근무이지만 실제 유급 노동시간은 이틀 동안 14시간에 불과하다.
아파트 입주자들은 경비원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2011년 경비 근로자의 최저임금 보장 범위가 80%에서 90%로 올랐을 때엔 대량 해고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 주민 손모 씨(32·여)는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은 잘 알지만 관리비 인상 등을 고려해 입주자 대표들이 그렇게 결정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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