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현수]롯데는 점검중, 마련중, 결재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김현수·소비자경제부
김현수·소비자경제부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본부장은 누구인가요?”

롯데그룹은 답이 없었다. ‘모른다’고 했다가 ‘내부 결재 중’이라고도 했다.

롯데는 5일 “그룹 직속의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본부를 신설해 8일 본격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최후통첩’에 대한 롯데의 대국민 답변이었다. 서울시는 이날 “안전시스템 보완 없이 제2롯데월드에 사고가 재발하면 사용승인을 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롯데는 안전관리본부 신설을 발표한 5일에도, 국민과 약속한 날인 8일에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이 없었다. 8일 “내일(9일) 출범식, 안전결의대회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했지만 행사보다 중요한 본부장 및 조직 구성원, 외부 전문가 참여 여부, 향후 점검 내용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롯데가 대책으로 내놓은 ‘신속하고 투명하게 소통에 나설’ 홍보 전담 인력도 아직 누구인지조차 모르겠다. 애초에 준비된 것은 없고, 서울시는 경고를 해오니 부랴부랴 대책을 급조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이날은 제2롯데월드 근처에서 도로 침하와 균열이 발견되기까지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롯데몰 앞 송파대로, 석촌호수로 본가설렁탕 앞, 삼학사로 서울놀이마당 교차로 등 3곳에서 침하나 균열 현상이 확인돼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출범식 정도야 약속과 달리 하루 이틀 미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롯데는 다르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신뢰에 영향을 미친다. ‘괜찮다’는 말을 8개월째 하는데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으니 시민들은 이제 롯데의 말을 믿을 수 없다고 한다. 롯데는 지난해 6월 제2롯데월드의 임시사용 승인 신청을 할 때부터 안전 문제만큼은 자신하지 않았던가. 시민들의 불안은 ‘괴담’ 정도로 치부해 왔다. 10월 개장 직후 바닥 균열이 나타나자 ‘인테리어’라고 답변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에는 ‘점검 중’, ‘마련 중’이란 말만 10여 차례 하고 있다. 11월 실내 천장이 균열되고 영화관이 흔들렸을 때, 12월 수족관에서 물이 샌 뒤 고객이 출입문에 다치고, 공연장 인부가 사망했을 때에도. 이제는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들도 “쇼핑몰에 사고가 안 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많은 걸 보니 신기하다”며 고개를 갸웃할 정도다.

요즘 제2롯데월드는 한산하다. 사고로 영화관과 수족관이 문을 닫으니 개장 초보다 방문객이 46% 줄었다. 제2롯데월드 같은 랜드마크를 바라던 사람들도 이제 롯데의 진정성 있는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9일 언론에 공개할 안전관리본부 출범식이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김현수·소비자경제부 kimhs@donga.com
#롯데#제2롯데월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