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강변역로 4길. 본보 취재팀이 이 길을 찾은 4일 오후 11시경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등 총 13대가 주차돼 있었다. 바로 옆 동서울터미널에서 운수회사들이 운행하는 버스들이다. 이 도로에는 ‘불법주차 금지’를 알리는 광진구청장 명의의 표지판이 도처에 있었지만 버스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차돼 있었다. 특히 동서울터미널과 강변북로 사이 230m 길이의 강변북로 갓길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버스들의 불법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로 끝에 폐쇄회로(CC)TV 1대가 설치돼 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갓길에 버스를 주차한 버스기사 김모 씨(50)는 “밤에도 불법주정차를 단속하기 위한 CCTV가 돌아가지만 잘 안 걸린다”며 “대표적으로 CCTV 앞 한두 대만 (번호가 찍히니까) 걸린다. 나처럼 뒤에 있는 차량은 단속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밤이 깊어지자 버스는 더 늘어났다. 5일 오전 4시경에는 길이 470m가량의 강변역로 4길 전체가 버스 40대로 뒤덮여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본보 취재팀이 4일 오후 11시경부터 5일 오전 5시까지 6시간 동안 관찰한 결과 담당인 광진구청과 광진경찰서에서는 단속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야간에 불법주정차를 신고하도록 한 표지판에 전화번호가 있어 5일 오전 5시 4분, 5시 31분, 6시 24분 등 총 세 차례 신고를 해봤지만 광진구청 측에서는 “단속하는 사람이 다른 곳에 있다가 거기로 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단속반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버스기사 A 씨는 “낮에는 가끔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지만 밤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나온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김복윤 씨(76)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갓길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교통사고가 난다”면서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 조경선 씨(65)는 “출퇴근할 때 불법으로 주차한 버스 때문에 차가 너무 막혀 이제 주민들은 그 길을 잘 이용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버스기사들은 2008년 상봉터미널 폐쇄 후 버스들이 동서울터미널로 몰리며 주차할 곳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동서울터미널 측의 주장은 다르다. 동서울터미널 관계자는 “동서울터미널의 버스 주차공간은 270여 대로 터미널 운영에 필요한 버스를 운행하기에 충분하다”면서 “운수회사들은 외부 차고지 임차료를 아끼려 하고, 버스기사들은 터미널 안에 들어가기 귀찮아 갓길에 불법으로 주정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진구청과 경찰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광진구에서는 현재 지상 40층, 지하 5층 규모의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광진구청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을 나가지만 담당 공무원이 6명뿐이라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는 건설사와 불법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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