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한동안 ‘태평성대’(성균관대 출신의 약진), ‘학수고대’(전임 정부에 비해 고려대의 부진), ‘참여연대’(연세대의 선전)란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최근엔 문화예술계 인사들 사이에서 ‘괄목홍대’(刮目弘大)란 유행어도 등장했다.
그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장 중 홍익대 출신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홍익대 미대를 나온 김종덕 문체부 장관 취임 후 홍익대의 약진이 괄목상대할 만큼 두드러졌다는 ‘뼈있는’ 농담이다.
본보는 최근 마무리된 문체부 산하 기관장 인사에 홍익대 출신이 많다는 내용을 8일 보도했다. 홍익대 산업도안과를 졸업한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51)을 비롯해 홍익대 법대 교수 출신인 한국저작권위원회 오승종 위원장(56)과 방석호 아리랑TV 사장(58)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문체부는 8일 보도자료를 내며 해명에 나섰다. ‘규정된 절차를 거쳐 전문성과 도덕성 등 실력 있는 인물을 뽑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동아일보가 홍익대 학부뿐 아니라 홍익대 재직 교수까지 한데 엮어 문체부를 폄하한 것은 부적절하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강도 높게 반박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편중 인사가 기관장뿐만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31일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함께 임명된 신임 영진위원 3명 모두 김 장관과 경력이 겹친다. 김종국 위원(47·백석대 교수)은 2006∼2011년 홍익대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김 장관은 2010년부터 홍익대 영상대학원장을 지냈다. 신보경 위원(45) 역시 김 장관이 교수로 근무했던 홍대 시각디자인학과 출신이다. 박재우 위원(42)은 홍익대 출신은 아니지만 김 장관이 석사학위를 받은 미국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을 나왔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이번 영진위 인사는 아무리 ‘오비이락’으로 보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다”며 “김세훈 위원장에 대해서는 이미 부적절한 인사라는 반대성명을 냈고, 나머지 위원들도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이번에도 “영진위원은 실력만 보고 선정했고 김 장관과 겹친 부분은 우연”이라는 종전 해명을 되풀이했다. 또 “당사자의 실력은 안 보고 다른 부분만 지적한다”고 반박하면서도 막상 본보 취재팀이 실력 위주로 철저히 검증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관장 추천위원 명단을 요청하자 “개인정보라 밝힐 수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설령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고 해도 같은 날 임명한 특정 단체의 기관장과 위원 전원이 장관이 나온 학교와 연관이 있다면 고루 살펴 피해가는 게 제대로 된 인사다. 문체부는 왜 ‘문화체육인맥부’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지 돌아봐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