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어르신 살아온 이야기가 관광자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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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거주 70∼90대 주민50명 삶 기록한 ‘생애사 열전’ 45권 발간
전시관 꾸며 도심 역사찾기 코스에

‘생애사 전시관’ 찾은 관람객들 대구 중구 중앙대로 향촌문화관 2층 생애사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저자들이 기증한 사진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생애사 전시관’ 찾은 관람객들 대구 중구 중앙대로 향촌문화관 2층 생애사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저자들이 기증한 사진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 중구 제공
주민의 삶을 기록하는 ‘생애사 열전’이 대구의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구 중구가 2012년 시작한 이 사업은 30년 이상 중구에 사는 70∼90대 주민들이 겪은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산업화 시대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다. 중구는 이들의 기억을 통해 중구의 역사와 옛 생활 모습을 책으로 엮고 있다. 3년간 주민 50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 45권이 만들어졌다. 첫해에는 14명의 일대기를 12권에, 이듬해에는 19명의 이야기를 16권에 기록했다.

최근 출판을 마치고 ‘저자’가 된 17명은 중앙대로(향촌동) 향촌문화관에서 합동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들은 대부분 직접 글을 쓰고 일부는 대학원생 등이 구술을 정리했다. 울산이 고향인 김종호 씨(90)는 1950년대부터 중구 남산1동에 정착한 이후의 삶을 사진과 함께 ‘가난과 전쟁을 이겨 낸 한국 근현대사의 산증인’(143쪽)이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그는 남문시장이 우시장으로 유명하던 시절, 앞산의 나무를 땔감으로 팔던 어려웠던 생활, 동성로에 밀집했던 극장 모습 등을 담았다.

1964년 대구초교 앞에서 이용원을 개업해 지금도 운영 중인 최상호 씨(75)는 ‘효성이용원, 우리 시대의 감각의 장인’(132쪽)을 통해 주변 상권의 변화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북성로에서 60여 년 공구 상점을 운영하고 중구의회 의장을 지낸 장영관 씨(80)는 ‘금암의 삶’(178쪽)을 펴냈다. 그는 북성로 공구 골목에서 가난을 극복한 삶과 거리 역사를 담았다. 방신영 씨(75·여)는 ‘나의 꿈을 키워 온 약전골목’(195쪽)에서 1950년대 경북여고 학창시절과 대구약령시 풍경을 그렸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를 지낸 우종억 씨(83)와 대구원로미술인회 고문으로 활동한 이경희 씨(89), 대구서예가협회 이사장을 지낸 류영희 씨(72·여)는 대구의 문화 예술 발전 모습을 정리했다.

중구는 생애사를 도심 역사 찾기와 관광 코스 만들기에 접목하고 있다. 글쓰기를 지도한 박승희 영남대 국문과 교수는 “도시 재생과 연결하면 근대 역사의 가치를 높이고 중구의 정체성 확립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구는 지난해 10월 문을 연 향촌문화관 2층에 ‘생애사 전시관’을 꾸몄다. 저자들이 기증한 근대 사진과 일제 강점기 잡지, 수십 년 사용한 재봉틀, 전화기 등 10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이곳은 근대 골목 투어 1코스에 추가돼 관광객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중구는 향촌동 주변 거리를 정비하고 한옥 게스트하우스(숙박 시설)를 늘려 머물고 체험하는 관광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중구는 다음 달부터 도심재생문화재단 홈페이지(www.djdrcf.or.kr)를 통해 중구의 근대 모습을 기억하는 70대 이상 주민 30여 명을 새로 모집한다. 윤순영 중구 도심재생문화재단 이사장(중구청장)은 “생애사는 올바른 역사문화 조성에 꼭 필요한 작업”이라며 “중구 문화 융성의 한 축으로 발전시켜 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생애사 열전#생애사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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