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 대학 정원을 16만 명 줄이겠다던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방안은 지난해 1월 발표된 이후 계속 표류해 왔다. 후속 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평가 계획도 흔들렸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1년에 걸친 진통 끝에 지난해 말 마침내 구체적인 평가지표를 대학들에 알렸다.
지난 정부가 재정지원 제한 대학을 통해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한 것과 달리, 이번 평가는 대학을 5단계로 나눠 직접적으로 정원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물론 대학 구조개혁 관련 입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새로운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의 특징과 이에 따른 대학 및 수험생의 영향을 살펴봤다.
○ 대학의 취업, 창업 지원도 평가
대학을 5등급으로 나누는 기본적인 골격은 당초 구상 그대로다. 4년제 대학의 경우 1단계 평가를 통해 A∼E등급으로 대학을 나누고, 이 가운데 하위인 D, E등급은 2단계 평가를 통해 구조개혁 및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교육부가 확정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지표가 기존 평가지표와 가장 다른 점은 대학의 진로 상담이나 취·창업 지원 여부를 넣었다는 것이다. 4년제 대학은 1단계 평가에서 총 60점 가운데 △진로 및 심리 상담 지원이 3점 △취·창업 지원이 2점을 차지한다. 전문대는 총 100점 가운데 △진로 및 심리 상담 지원이 5점 △취·창업 지원이 7점이나 들어간다. 그동안 주로 교육과정이나 재정지표만 따졌던 것과 다른 큰 변화다.
이는 동아일보가 실시하는 청년드림대학평가와 같은 취지다. 대학이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고 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이끌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진로 상담이나 취·창업 지원은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 방식으로 이뤄진다. 규격화된 과정이나 배점 기준 없이 대학의 노력과 실적을 광범위하게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주로 이런 분야의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이 구축돼 있는지, 관련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지, 이를 통해 실적을 얼마나 올렸는지 등을 따지게 된다.
박대림 교육부 대학평가과장은 “진로상담 등과 관련해 학생들이 피드백을 잘 받고 있는지, 취·창업을 지원하는 대학의 역량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이를 통해 취업률은 얼마나 올랐는지 등 다양한 내용을 보게 될 것”이라며 “정해진 틀 없이 대학들이 자유롭게 활동 내용을 적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여건, 학사관리, 교육성과 등의 평가지표는 기존의 재정지원 제한 대학 평가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평가 방식에서 정성평가를 가미하고, 정량평가의 경우 기존의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를 채택함으로써 대학의 지나친 경쟁을 막기로 했다. 충원율과 취업률 등을 따질 때 권역별, 지역별 평균값을 만점으로 적용한다.
○ 수시모집 이전에 부실대 공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정원이 얼마나 줄어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교육부는 지난해 2017학년도까지 1단계 구조개혁으로 4만 명을 줄인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미 교육부는 특성화사업 등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 정원 감축 규모를 연동함으로써 2015학년도 입학 정원을 1만 명 넘게 줄였다. 현재 대학들이 낸 계획안을 보면 2016학년도에는 또 1만2000명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내놓은 평가지표에 따라 대학들은 3월까지 자체평가를 실시하게 된다. 이어 교육부의 실사와 자료 검증 등을 통해 4년제 대학은 5단계로 나뉜다. 최상급인 A등급을 제외한 대학은 의무적으로 정원을 줄여야 한다. 다만 교육부는 대학 서열화를 막기 위해 A, B, C등급 대학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반면 D, E등급은 늦어도 8월 중에 공개된다. 이들 대학은 각종 재정지원이나 학자금 대출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되기 전에 수험생들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D등급을 받은 대학은 내년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없고, 2016학년도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받을 수 없으며, 학자금 대출도 등록금 대비 30% 이내로 제한된다. E등급을 받으면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장학금 Ⅰ유형과 Ⅱ유형을 모두 받을 수 없으며, 학자금 대출이 전면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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