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사이에 어린이집 아동 수는 80만여 명이나 늘어난 반면에 교사의 수나 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다 보니 부적격 교사가 많을 수밖에 없었죠.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일어날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수시로 발생하는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단기간에 양적으로 급격히 팽창한 보육시설 문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무상보육 바람을 타고 보육 서비스의 양은 급증했지만 질이 따라주지 못하면서 생긴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 급격히 팽창된 ‘양’이 문제의 출발
정부의 보육예산은 보육료 지원이 시작된 2000년경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12년 0∼2세 전면 무상보육 도입 이후 10조 원을 돌파했다. 2000년 1만9276곳에 불과했던 어린이집은 2013년 4만3770여 곳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보육시설에 맡겨진 아동 수도 69만 명에서 149만 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보육의 질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2012년 육아정책연구소의 어린이집 만족도 조사(5점 만점)에 따르면 직장어린이집(4.13점)과 국공립어린이집(3.85점)의 만족도는 비교적 높았다. 경영난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보육교사 처우가 좋아 원생과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행 사건이 벌어진 K어린이집 같은 민간어린이집(3.65점)은 만족도가 낮았다. 문제는 어린이집 2곳 중 1곳(52.6%)이 서비스 품질이 낮은 민간어린이집이라는 것. 직장 또는 국공립어린이집에 보내려면 장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 반면 민간어린이집에서는 원생 폭행 사고가 잇따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수준 이하의 인력 양산
어린이집이 급격히 늘다 보니 양질의 교사 부족은 늘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유치원(3세∼취학 전) 교사가 되려면 4년제 대학의 유아교육과를 졸업해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0∼5세)의 경우 대학교 및 전문대 졸업자,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 사이버대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육교사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보육교사 지망생 중 우수 인력은 처우가 상대적으로 좋은 유치원으로 몰린다. 대부분의 수업을 온라인에서 받는 사이버대, 일부 평생교육원 출신이 보육실습을 1학기만 하면 2급 자격(총 1∼3급)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학교, 전문대 출신은 보육실습 이외에도 평소 정기적인 실기 실습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린이집에 대한 부실한 평가도 문제를 부르는 원인 중 하나다. 복지부 위탁을 받아 인증평가를 수행하는 한국보육진흥원의 현장 관찰자는 203명에 불과하다. 전국 4만3770여 곳의 어린이집을 점검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평가 내용도 총 정원 준수, 회계서류 구비, 안전사고 보험 가입, 차량운행 관리, 안전교육 여부 등 시설과 행정절차 중심이다. 아동학대 예방, 보육교사의 자질에 대해서는 평가를 하지 않는다. 교사의 수업태도를 평가하는 ‘상호작용’이라는 항목이 있지만 평소 교사의 폭력성을 평가하긴 어렵다.
○ 폐쇄회로(CC)TV라도 있으면…
교사의 수나 질 향상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보완책으로 “CCTV라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CCTV 의무화 얘기는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현재 전국 어린이집 4만3000곳 중 약 21%(9000곳)에만 설치됐다. 2013년 3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 논의 과정에서 폐기됐고, 지난해 4월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이 비슷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어린이집 관련 단체들이 교사들의 인권 침해,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행정자치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어린이집 원생 부모들과 원장이 동의할 때만 CCTV를 설치할 수 있다.
장미순 참보육을위한부모연대 운영위원장은 “어린이집 폭행 문제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민간어린이집이 이윤을 위해 보육교사를 혹사시키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도 한 이유”라며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는 한 또 문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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