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숨은 病? 설 차례 뒤 ‘가족력 가계도’ 그려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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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건강 리디자인]당신의 건강가계도를 아십니까
美국립유전연구기관 추천 ‘체크포인트 5’

‘추수감사절같이 가족이 모이는 명절을 활용해 건강 가계도를 그려라.’

미국 국립유전연구기관(National Society of Genetic Counselors·NSGC)은 가족력으로 인한 질병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자세한 ‘건강 가계도’를 꼽는다.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명절에 솔직하게 서로의 건강 상태를 공유한 뒤 건강 가계도를 그리는 것만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가족력 질환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NSGC는 이 건강 가계도를 통해 가족의 건강 변화를 체크하고, 의사와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으라고 권한다.

다음은 NSGC가 추천하는 기본적인 건강 가계도에 본보가 독자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추가로 구성했다.

[1] 할아버지-할머니를 시작점으로


건강 가계도를 작성하는 사람은 ‘나’를 기준으로 할아버지 할머니(외할아버지, 외할머니 포함) 때부터 작성하는 게 좋다. 건강 가계도의 최상단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 다음에는 아버지 어머니 삼촌 이모 고모 등이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최하단에는 작성자 또는 자식 조카 손자 같은 ‘다음 세대’가 나오게 된다.

물론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 같은 더 위 세대를 시작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더 자세한 가족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가 앓았던 질환, 정확한 사망 나이 등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2] 질환서 음주-흡연 등 생활습관까지 꼼꼼히

가족별로 성과 나이 같은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현재 앓고 있는 질환을 정확히 파악한 뒤 표기한다.

암, 심장병, 뇌·혈관, 당뇨병 등 가족력과 연관성이 큰 것으로 알려진 질환은 언제부터 앓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이 질환과 관련된 검진이나 치료를 받고 있는지 등도 체크 포인트다. 음주, 흡연, 정기적인 운동과 건강 검진 여부, 즐기는 음식 같은 생활 습관 요소도 기록하면 좋은 건강 정보다.

가족 중 인종이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해당 가족의 인종도 표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NSGC는 특정 인종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질환을 파악하거나 예측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3] 사망한 가족의 나이-질병 세세하게


사망한 가족이라도 빈칸으로 두지 말고 최대한 자세하게 건강 정보를 기록하는 것이 좋다. 정확한 사망 당시 나이를 모른다면 ‘40대 중반’ 식으로라도 표기한다. 사망 원인은 물론이고 살아 있었을 때 앓았던 질환과 당시 생활 습관도 최대한 자세하게 건강 가계도에 기록하는 게 필요하다.

[4] “추석에 만나면 정보 업데이트 해요”


건강 가계도를 작성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게 필요하다. 가족별로 매년 달라지는 사항을 수정하거나 새로 기록하는 것이다. 가족의 건강 상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물론이고 건강에 신경 쓰고 있는 가족과 그렇지 않은 가족을 구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교’가 가족들 사이에 건강 챙기기 같은 ‘긍정적인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5] 의사와 질병예방-치료 플랜 마련

NSGC는 건강 가계도를 작성한 뒤 의사와 상담해 보라고 권한다. 건강 가계도에 나와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지, 생활 습관을 어떻게 바꾸면 좋은지 등을 조언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환자 진료 시 건강 가계도를 작성해서 보여 주면 좀 더 큰 관점에서 그 사람의 치료 플랜을 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또 건강 가계도는 의사가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질환을 일으키는 환경 요인에도 관심을 갖는 데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질병예방 캠페인에 ‘건강가계도’ 활용 검토” ▼

강남大 “노인 보건 강의에 응용”

고혈압, 당뇨병, 심근경색, 뇌중풍(뇌졸중), 고지혈증 같은 ‘가족력 질환’은 잘못된 생활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런 만큼 △운동 △저염식 △금연 △절주 등 건강한 생활습관만 유지해도 가족력 질환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계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보건당국의 가족력 질환 예방 움직임 자체가 미미했다는 평가가 많다. 가장 기본적인 국민 건강 정보 파악 통로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공통 문진표’에도 가족력 질환 관련 질문은 딱 1개뿐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형제 중에 뇌졸중, 심장병(심근경색, 협심증), 고혈압, 당뇨병, 기타(암 포함) 질환을 앓았거나 사망한 경우가 있느냐’는 형식적인 질문이 전부다.

당연히 ‘건강 가계도 그리기’같이 간단한 가족력 질환 알아보기 활동도 보건당국 차원에서는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본보의 건강 가계도 관련 보도 뒤 건강 가계도를 가족력 질환 예방 도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지금까지는 ‘건강 가계도’ 같은 좋은 도구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가족력 질환 예방 관련 교육과 캠페인에서 건강 가계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당국 차원에서 국민들이 편리하게 건강 가계도를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보건당국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개발해 누구나 쉽게 건강 가계도를 만들어 볼 수 있게 하면 가족력 질환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관련 정보도 체계적으로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 보도 뒤 건강 가계도를 강의에 활용하겠다는 교수도 나왔다. 강남대 실버산업학부의 홍승연 교수(노인보건)는 앞으로 학부 ‘건강관리론’ 수업에서 건강 가계도를 활용하겠다고 전해왔다. 홍 교수는 “수업 중 가족력이 크게 작용하는 16개 질환을 다루는 부분에서 건강 가계도를 활용할 계획”이라며 “가족력에 따른 질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학생들에게 실감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이진한 기자·의사
#가족력 가계도#건강 리디자인#건강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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