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반찬을 남겼다는 이유로 네 살배기 여자 어린이에게 폭력을 휘두른 인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파문으로 아이를 외부 보육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는 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전국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피해 실태를 전수(全數)조사하기로 했다.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보육교사의 폭행 사건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에 서명하자’ ‘행동이 없으면 바뀌지 않는다’며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엄마들도 결집하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이 있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주부들은 15일 오전부터 릴레이 시위에 들어갔다. 인터넷 카페인 ‘송도국제도시 주민연합회’ 회원인 A 씨(39·여)는 이 어린이집 인근 아파트 단지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A 씨는 “폭행 동영상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카페 회원 20여 명은 매일 오전 9시∼오후 4시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인천 부모들은 19, 20일 오전 11시부터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규탄 집회를 할 예정이다.
경찰은 영유아 부모들의 ‘보육 공포’가 확산되자 전국 어린이 보육시설의 아동학대 피해 실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전국 250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 ‘아동학대 전담팀’을 구성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어린이집 및 유치원 시설을 찾아 아동학대 피해 실태를 전수조사한다. 경찰이 실태 조사에 나서는 기관은 어린이집 4만3752곳, 유치원 8826곳에 이른다.
또 인천 연수경찰서는 15일 보육교사 양모 씨(33·여)를 긴급체포해 조사한 뒤 아동학대 등 혐의로 16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양 씨는 취재진에게 “사죄드린다. 상습폭행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원생의 부모들이 “그동안 폭행이나 학대를 당했다”며 피해 진술서 16건을 제출함에 따라 양 씨와 다른 보육교사들의 폭행 의혹까지 확인에 나서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수구는 해당 어린이집을 시설폐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보육교사가 기소돼 확정 판결을 받아야 시설폐쇄가 가능하기 때문에 연수구 측은 일단 어린이집 운영을 정지한 뒤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원장에 대해 자격 정지나 취소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아동학대 사건이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이 더 커지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2년 사이 무상보육이 실시되면서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던 전업주부들까지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
온 국민이 이번 파문에 분노하고 있지만 과연 제대로 된 처벌이 내려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3년 광주 광산구 어린이집에서 당시 23개월인 여아를 운다는 이유로 깜깜한 화장실에 가두고 폭행했던 이 보육교사는 6개월 자격정지 처분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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