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할 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자녀의 학자금이다. 국내 많은 기업들은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자녀들의 학자금을 지원해준다. 직장인들이 농담 삼아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회사에 대한 불만이 사라진다’는 얘기를 하는 이유다. 그런데 50대 직장인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나갈 때 시기적으로 자녀는 대학생 또는 고등학생일 때가 많다. 이때 학자금은 퇴직자들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온다.
신세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4월 퇴직 임직원 자녀의 학자금을 10년까지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지원 대상은 15년 이상 근무한 임원과 20년 이상 근무한 부장급으로 2002년 이후 퇴직한 임직원도 소급 지원했다. 자녀 수는 상관없고 고교생은 전액, 대학생은 1인당 연간 1000만 원 한도에서 학자금을 보장했다.
이 제도가 생긴 이후 그동안 신세계백화점 퇴직자 31명이 4억 원을, 이마트는 52명이 7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마트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퇴직자는 총 5500만 원(19차례)을 받았다. 가장 많은 횟수로 꼽으면 4년간 26회(4700만 원)를 받은 사례도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고교생은 1년에 등록금을 4차례 내는 데다 대학생에게 여름·계절학기 등록금까지 지원하니 자녀가 여러 명이면 지원 횟수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파격적인 지원 제도는 정용진 부회장의 기업론에서 비롯됐다. 정 부회장은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퇴직 후 노후대책을 많이 생각하는데 자녀 학자금 걱정이 으뜸”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신세계가 임직원 퇴직 시 자녀의 평균 나이를 조사했더니 임원급은 22세, 부장급은 18세였다. 정 부회장은 “임직원들이 회사에 자긍심을 느끼고 만족할 수 있어야 고객을 최고로 섬기는 가치가 실현된다”며 이 제도를 도입했다.
반면 지난해 4월 대규모 특별명예퇴직을 실시한 KT는 비용 부담을 줄이려 자녀의 대학 학자금 지원제도를 폐지했다. 특별명퇴로 회사를 떠난 임직원은 총 8304명. KT에서는 자녀 학자금 지원제도 폐지 때문에 특별명퇴 신청자가 예상보다 많아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자녀 학자금을 받을 때까지 회사에 남을 필요가 없어져서다. 이 때문에 40대의 능력 있는 직원들도 상당수 특별명퇴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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