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말리려다…” 백일잔치 앞둔 아이 두고 눈 감은 20대 가장의 죽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8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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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빨리 와서 좀 도와주세요!”

직장인 최모 씨(29)는 16일 새벽 3시 40분경 경북 칠곡군 시내에서 야근을 마친 직장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집에 가는 길에 동석했던 후배 A씨(23)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다. A 씨가 혼자 집에 가던 길에 동남아 외국인노동자 2명에게 손가락질과 함께 욕설을 당해 위험한 상황이니 도와달라는 연락이었다. 최 씨는 백일잔치를 열흘 가량 앞둔 아기가 아파 오전에 병원에 데려가려고 서둘러 귀가하던 길이었지만 후배의 연락에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최 씨는 5분여 만에 A 씨가 말한 석적읍 골목길에 도착했다. A 씨를 위협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막 자리를 뜬 직후였다. 최 씨가 도착하자 A 씨는 외국인 노동자 1명을 쫓아갔고 이후 몸싸움이 벌어졌다. 최 씨도 얼떨결에 싸움에 말려들었다. 최 씨는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감정이 격해진 외국인 노동자가 최 씨의 목을 흉기로 찌른 것. A 씨는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술에 너무 취해 상대가 흉기를 들고 있는지도 몰랐다”며 “싸우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형(최 씨)이 입에서 피를 흘리고 누워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A 씨의 신고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유가족들은 최 씨가 A 씨와 외국인 노동자의 싸움을 말리려다 참변을 당했는데도 최 씨가 취기에 난동을 부리다 사고를 당했다고 잘못 알려져 ‘2차 피해’가 크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 씨의 사촌형(40)은 “당시 현장을 찍은 폐쇄회로(CC)TV를 봤는데 동생(최 씨)은 싸움을 말리려고 하다가 변을 당한 것 같다”며 “10여일 후에 아기 백일잔치라고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무척 안타깝다”고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CCTV를 토대로 인근 공장 등을 돌며 최 씨를 살해하고 도주한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통해 확보한 범인 용모와 비슷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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