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특구는 조성된 지 40년이나 됐지만 갑천 반대편인 대전 도심에서는 흔히 ‘외딴섬’이라고 부른다. 특구에 거주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종사자의 지역에 대한 소속감 부족을 꼬집는 말이다. 거꾸로 연구기관들은 대전시가 스스로 내건 ‘과학도시’에 걸맞은 행정을 펼쳤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생명공학연구원 등 다른 지역에 분원을 둔 연구기관들은 “분원을 유치한 타 지자체들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용지 확보 요청 등에 소극적이었던 대전시와 달랐다”고 꼬집었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대전시는 과학 기관과 시설은 시의 노력과 관계없이 응당 과학클러스터인 대전에 와야 한다는 안이한 논리에 빠져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대전시가 2009년 펴낸 ‘대전시 60년사’는 대전이 과학도시인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1052쪽 가운데 특구를 기술한 부분은 10쪽도 채 안 된다. 책을 이룬 90여 개 절(節) 중 어디에도 특구는 별도로 다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열린 사이언스페스티벌도 대전시 과학행정의 단면을 보여준다. 연구기관 담당자들은 “비슷한 시기 부산에서 과학축전을 연 창의재단은 본부인 서울에서 3, 4번씩 대전에 내려와 연구기관 참여를 독려한 반면 10분 거리인 대전시는 참여 요청 공문 한 장 달랑 보내 대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권선택 시장이 대전도시철도 2호선 기종을 트램으로 결정하면서 대전시와 특구는 더 멀어졌다. 트램을 공약한 권 시장은 당선 후 여론을 중시해 재결정하겠다는 약속을 뒤엎고 트램을 택했다. 22개 정부출연연구기관장들은 “25년 동안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해온 한국기계연구원이 도시철도 2호선 공급을 계기로 러시아 등 해외시장에 수출하려던 참이었는데 찬물을 끼얹었다”며 결정 철회를 공동 촉구하고 있다.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원장은 “과학도시라면 과학 개발품의 테스트 베드 역할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에 대한 특구의 여론은 유달리 나쁘다. “선거법 재판 국면의 권 시장이 시민 여론이나 국가 미래보다 정치적 지지 기반인 시민단체(트램 주장)의 손을 들었다.” 9일 특구 신년교례회에서 권 시장은 “대덕특구는 대한민국 브랜드다. 우리 지역에서는 그 이상이다”고 건배사를 했다. 하지만 참석자들 사이에선 “어느 때보다 공허하게 들렸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권 시장이 ‘트램’으로 더 멀어진 특구를 어떻게 포용해 나갈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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