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일을 기억해낼 때는 눈을 감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로버트 내시 영국 서리대 심리학과 박사팀은 눈을 떴을 때보다 감았을 때 과거의 시청각 정보를 더 정확히 기억해낼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영국심리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법과 범죄심리(Legal and Criminological Psychology)’ 1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178명에게 영화를 보여줬다. 이 영화는 부잣집을 찾아간 전기기사가 물건을 훔치는 내용이었다. 영화 관람이 끝난 뒤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영화의 장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야만 답할 수 있는 질문 17가지를 던졌다. 가령 영화에 등장한 승합차에 어떤 문구가 인쇄돼 있었는가 하는 식이다.
연구팀은 참가자가 눈을 감고 기억을 떠올려 대답하는지, 눈을 뜬 상태로 대답하는지에 따라 기억의 정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눈을 감았을 때가 떴을 때보다 23% 더 정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눈을 감으면 시각 정보뿐 아니라 청각 정보도 더 정확히 기억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범죄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에게 눈을 감고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들은 당시 현장에서 오고간 대화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기억해냈다. 목격자들이 눈을 뜬 상태에서는 대화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내시 박사는 “눈을 감으면 주변의 시각 정보가 차단되면서 뇌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기억력도 향상된다”면서 “친밀한 사이일수록 기억을 더 잘 떠 올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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