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16일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사장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함 사장은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정선=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드라마 ‘모래시계’와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직폭력배 소탕을 주도한 검사의 실제 모델. 서울지검 특수부 근무 시절 1년 동안 280여 명을 구속해 ‘저승사자’로 불리던 검사. 그런 그가 잊을 만하면 비리가 터져 나오는 카지노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63) 얘기다. 취임 2개월을 맞은 함 사장은 16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검사 경력이 강원랜드를 개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사회부장이 그를 만나 공기업 개혁과 부패 문제 등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검사 출신으로 카지노 사장을 하겠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후배 검사들은 ‘거기 가면 이미지 버린다. 아무리 잘해도 흙탕물이 튀기 마련이다’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나쁘게 변하지만 않는다면 끊임없이 변하는 것도 필요하다. 카지노를 비롯한 종합리조트 산업은 중요한 미래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고향에 와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함 사장은 1994년 검찰을 떠난 뒤 변호사 생활을 하다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고향은 강원 양양이다. 공모를 통해 지난해 11월 사장에 취임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포럼오래’ 회장도 맡고 있다.
―강원랜드에 와서 느낀 점은….
“강원랜드가 어떤 기업인지 모를 때는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실제 와보니 그렇지 않았다. 다만 내국인 카지노라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다 보니 직원들이 창의적이지 못한 것 같다. 자연적으로도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내국인 카지노 추가 허용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폐광지역 개발 지원 특별법이 2025년 만료된다. 내국인 카지노를 원하는 사업자가 너무 많다. 정부 입장에서도 거액의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싶은 나머지 이를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별법이 만료된 뒤에는 막을 방법도 없다.”
―강원랜드로선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지리적 약점 때문에 치명상이다. 강원랜드가 새로 생기는 내국인 카지노에 해외 투자자와 합작 투자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강원랜드의 투자를 허용한다면 거기서 나오는 일정 수익으로 지역 일자리도 만들고 독일처럼 에너지 연구소, 관광아카데미 같은 걸 지어 도시의 품격을 바꿀 수 있다. 사내유보금을 쌓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강원랜드의 설립 근거가 된 특별법은 1995년 제정됐고 두 차례 시한 연장으로 2025년 12월 31일까지 시행된다. 인터뷰 이틀 후인 18일 정부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2곳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공기업 개혁에 대한 생각은….
“공기업 개혁의 출발점은 인사(人事)다. 공기업의 장이 정치권에 줄을 대고 내려오는 순간 개혁은 끝이다. 자기 몸이 가볍지 않으니 여기저기 요구를 들어주느라 돈 함부로 쓰고 취업시켜 주고 하다 보면 방만 경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공기업에 하나의 개혁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 대도시 근교에 있는 공기업과 절해고도(絶海孤島)와 같은 이곳이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정치 얘기를 듣고 싶다. 정윤회 문건 파동에 따른 인적쇄신 요구를 어떻게 보나.
“대통령은 국정 쇄신을 말하지만 쇄신할 주체 세력, 즉 동력이 없다. 과거의 인물을 중심으로 한다니 쇄신이 되겠나. 그들이 쇄신 대상인데…. 부패 꼬리가 달리지 않은 새로운 사람, 좋은 사람을 정치와 관료사회에 충원하고 이 사람들을 새로운 개혁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거악 척결 특수부 검사로 유명했다. 지금의 부패척결 수준을 평가한다면….
“차·가명 금융거래를 막고 돈세탁 방지법이 생기는 등 제도적 정비는 잘돼 있다. 그러나 음성적인 작은 액수의 부패는 여전히 만연해 있다. 공직자와 정치인뿐 아니라 사기업도 갑을 관계에서 부패가 여전하다.”
―강원도지사나 국회의원 출마 생각은….
“과거 사장 중 일부는 부임 때부터 도지사 나간다고 공언했다. 이건 자기도 망하고 기업에도 엄청난 피해를 주는 길이다. 정말 하고 싶다면 여기서 CEO로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면 되는 일이다. 실적으로 평가받고 주위에서 ‘도지사도 잘하겠네’라는 말을 듣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함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17년 11월 만료된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함 사장의 2018년 지방선거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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