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당시 항공기가 탑승 게이트로 돌아오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해 화제다.
대한항공은 20일 지난달 5일(미국 현지시간) 일어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당시의 동영상을 공개하며 “해당 항공기는 항로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사건 당시 해당 항공기의 엔진 시동도 걸리지 않았고, 17m 정도의 거리를 차량에 의해서 밀어서 뒤로 이동하다가 바로 돌아온 것이므로 ‘항로’ 변경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함께 공개한 동영상에는 사건 당시 미국 JFK국제공항의 CCTV에 찍힌 인천행 KE086편 항공기 이동 장면이 들어 있다.
이 영상에서 항공기는 연결통로와 분리돼 엔진시동을 걸지 않은 상태에서 견인차에 의해 5일 00시53분38초(현지시각)후진하기 시작했다. 주기장내에서 23초간 약 17m를 후진한 뒤 54분01초에 멈췄다. 이후 3분2초 동안 제자리에 정지한 뒤 57분03초에 전진해 57분42초에 원래자리로 돌아갔다.
대한항공 측은 항공기가 주기장 내에서 약 17m 움직였다가 램프리턴(탑승게이트 복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JFK공항은 항공기가 주기장에서 240m, 유도로에서 3200m 이동해 활주로에 이르게 된다면서 이번 ‘땅콩 회항’이 항로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19일 열린 첫 공판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죄가 법리적으로 해당돼지 않는다며 “항로에 대한 명백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지상로까지 항로에 포함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첫 공판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위축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이 공소 사실을 읽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던 조현아 전 부사장은 긴장한 듯 하얀 손수건을 양손에 번갈아 쥐었다.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자 법원 관계자가 다가가 자세를 바로 하라고 주의를 줬다. 자신의 직업을 ‘무직’이라고 말한 조현아 전 부사장은 본인 의견을 묻는 판사에게 “없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당시 일등석에 앉아 있던 승객 박모 씨(33·여·회사원)가 친구에게 전송한 모바일 메신저 내용이 공개됐다. 박 씨는 ‘완전 미친 ×이네, 사무장보고 내리래, 어머 진짜 내린다, (비행기) 출발 안 해’라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보냈다. 또 사건 발생 후 대한항공 직원들이 주고받은 ‘죽이고 싶다, 기운 빠진다, 무슨 죄수 호송인지’라는 내용의 비난 문자가 공개되자 화면을 보던 조현아 전 부사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 측은 “검찰의 공소 사실이 기억과 다소 다르거나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기내에서 승객과 사무장 승무원 기장 등에게 피해를 입힌 것에 통렬히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사무장 등 승무원이) 경황이 없어 정확하지 않은 기억이나 의도적으로 과장된 진술을 했을 수 있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진술은 안 했을 것”이라고 변론했다. 팔걸이에 있던 사무장의 손을 폭행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상관이 앉은 의자에 손을 올려놓을 수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박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오성우 부장판사는 “조현아 전 부사장은 사회 복귀가 가능하겠지만, 사무장과 승무원은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 관심사”라며 두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또 재판부 직권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한다. 2차 공판은 30일 오후 2시 반에 열릴 예정이다.
‘대한항공 동영상 공개’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한항공 동영상 공개, 부인한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다”, “대한항공 동영상 공개, 다음 공판도 꼭 지켜봐야 겠다”, “대한항공 동영상 공개, 박창진 사무장님 오시는 다음 공판이 정말 기대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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