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시리아 접경에서 행방불명된 김모 군(18)이 자발적으로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한 정황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수사 당국은 김 군이 실종되거나 우연히 IS 지역으로 월경하지 않은 사실이 명확한 만큼 김 군의 신분을 단순 실종자에서 용의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김 군의 트위터 계정 ‘glot****’을 분석해 김 군이 직접 “IS에 가입하고 싶다”는 글을 올려 IS와 접촉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김 군이 속아서 (터키에) 갔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본인이 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IS를 찾아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군은 지난해 10월 초 10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를 가진 IS의 공식 트위터 계정을 시작으로, 수십 개의 IS 관련자 트위터를 팔로했다. 관계 당국은 김 군이 스스로 IS 가입 방법을 물어본 만큼 IS 가담 의지가 충분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20일 김 군의 부모를 조사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21일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김 군의 신분이 단순 실종자에서 범죄 용의자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자발적인 밀입국이라면 여권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며 “여기에 해외 테러단체 가입 의도를 갖고 국경을 넘은 게 확실하다면 형법상 용의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군이 IS를 추종한 것은 물론이고 남성우월주의에 빠져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군은 한 트위터 사용자가 IS를 비판하자 “지금은 남성이 역차별당하는 시대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어 ‘ISIS(이라크 시리아 이슬람국가)’를 좋아한다”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IS에 대한 관심도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단순 팔로잉에 그치던 것이 IS 조직원들이 깃발이나 무기를 들고 있는 사진을 집중적으로 리트윗(재전송)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주요 IS 추종자들의 계정을 방문해 “나를 팔로해 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김 군은 교내 따돌림을 당한 이후 중학교를 중퇴하고 집에서 지냈다.
경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 중 상당수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우선 김 군과 동행했다는 홍모 씨(45)의 행적이 석연찮다. 아프리카와 일본 등 해외 선교 경험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홍 씨는 김 군이 10일 실종됐음에도 12일이 되어서야 현지 대사관에 신고했다. 홍 씨는 당초 경찰 수사에도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외교부와 경찰 등 관계 기관의 공조 부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터키 주재 한국대사관은 12일 김 군의 실종 신고를 받았지만 15일 김 군 어머니가 한국 경찰에 신고할 때까지 이 사실을 수사 기관에 알리지 않았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피해자 어머니가 신고하기 전까지 경찰은 실종 사실을 몰랐다”고 확인한 바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재외국민 범죄가 발생하면 신고자가 즉각 국내 수사기관에 알리도록 안내해야 한다”며 공조 과정의 허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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