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실종된 김모 군(18)이 현지 남성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시리아 국경 방향으로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김 군의 행적도 드러나고 있다. 그러면서 그가 이슬람 극단주의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기 위해 스스로 종적을 감췄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0일 “배낭을 멘 김 군이 10일 오전 8시 자신이 묵고 있던 킬리스 소재 M호텔을 나와 현지 남성 A 씨를 만나는 장면이 CCTV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호텔 맞은편 이슬람 사원(모스크)에서 기다리던 A 씨가 손을 들어 알은체하자 김 군이 그를 향해 다가갔다는 것이다. 오전 8시 30분경 이들은 시리아 자동차 번호판을 단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떠난 사실도 파악됐다. CCTV에서 A 씨의 얼굴은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
터키 경찰의 조사 결과 이 승합차는 현지인이 운영하는 불법 택시로 드러났다. 택시기사는 A 씨가 사건 당일 오전 7시 30분경 모스크로 오라고 해서 찾아갔고 김 군과 A 씨를 태워 약 18km 떨어진 베시리예 난민촌 입구에서 내려줬다고 진술했다. 기사는 두 사람이 난민촌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라고 말해 이들이 시리아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남겼다. 기사가 A 씨와 아랍어로 의사소통은 했지만 A 씨가 시리아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 군이 현지인과 사전에 접촉해 이날 접선하기로 약속한 뒤 만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군이 머물던 M호텔에서 시리아 국경까지의 거리는 약 5km. 걸어서 1시간이면 국경에 닿을 수 있는데 굳이 베시리예까지 18km를 이동한 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한 ‘회피 기동’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군과 A 씨가 승합차에서 내린 지점에서 국경까지는 2km 미만이다. 둘러서 갔지만 국경에 가까워진 셈이다. 이들은 기사를 의식한 듯 차 안에 있던 30여 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 또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사전에 합의한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
터키 경찰은 두 사람이 베시리예 난민촌에 도착한 이후의 행적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아직 김 군이 국경을 넘었다는 흔적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터키 국경이 911km에 이르는 반면에 국경 검문소가 13곳에 불과해 제대로 된 검문검색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국경에 철조망도 없고 분쟁지역이어서 치안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월경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군이 킬리스에 도착한 9일과 사라진 10일의 행적도 수사 대상이다. 현지에서 휴대전화를 구입했는지, 어떤 형태로 A 씨와 연락했는지 파악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사라진 베시리예 일대에는 CCTV가 없어 터키 경찰은 탐문수사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명의 외교관을 파견해 현지 상황을 챙기고 있는 주터키 한국대사관은 1명을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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