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2년을 쉬다가 일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주부로서, 또 한 직장인으로서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부산 동구보건소 봉지연 간호사·35)
“8시간 업무를 두 명이 나눠 4시간씩 하다 보니 효율성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합니다. 책임자로서 애로사항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사하구 정대욱 보건소장)
정부가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한 시간선택제 공무원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다. 시행 초기여서 명암이 엇갈리기는 하지만 결혼 출산 육아 등 시간 여유가 많지 않은 여성들에게 인기다.
부산시는 지난해 시간선택제 공무원 46명을 뽑았다. 당시 8명을 뽑는 사회복지직 9급에 80여 명이, 26명 뽑는 행정직 9급에 416명이 몰렸다. 간호직 8급에는 48명이 지원해 8명이 합격했다. 전체 합격자 가운데 여성은 35명으로 76%였고 남자는 11명이었다. 30대가 23명으로 가장 많고 20대 11명, 40대 10명, 50대도 2명이나 됐다. 경력단절 여성들의 호응이 컸다.
이 중 간호직은 지난해 10월 첫 임용돼 현재 동구 강서 사하 남구 등 4개구 보건소에 2명씩 배치됐다. 2개 구는 오전 오후 각 1명이 같은 업무를, 2개 구는 오전에 2명이 동시에 다른 업무를 보는 형태다. 금연단속 및 클리닉, 불임부부 의료지원사업, 저소득층 내원환자 상담 및 안내 업무를 맡고 있다. 사회복지직과 행정직 합격자는 6월 말 이전에 주민센터 등에 배치될 예정이다. 부산시는 올해 공무원 채용시험에서도 시간선택제 공무원 154명을 뽑을 예정이다. 이는 전체 채용 인원의 11.3%에 해당한다. 9급은 행정직 102명, 사회복지직 26명, 보건직 6명이며 간호직은 8급 20명을 뽑는다.
두 아이를 둔 시간제 공무원 김모 씨(36)는 “시간활용과 육아 병행이 장점인 것 같다”면서도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을 하다 보니 성취감은 덜하다”고 말했다. 미혼인 윤모 씨(26)는 “겸직도 가능해 오후에는 영어학원 강사로 나갈 계획”이라며 “탄력 근무로 자기계발과 취미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불만도 있다. 초과근무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주 2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5시간 범위 내에서 초과근무를 하도록 돼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단순 업무로 인한 회의감이나 자괴감도 극복해야 할 요소다.
이들이 긍지를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업무개발도 필요하다. 현재는 대부분 민원업무, 상담부서 등에 배치되고 있으나 차량등록업무나 콜센터, 복지현장 투입 등 업무환경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시의 한 간부는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인사체계를 정비하고 근무지를 다양화하는 등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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