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숨진 탈북자의 북한 내 유가족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제4민사부(부장판사 이승엽)는 잠수부로 일하다 사망한 탈북자 김모 씨(39)의 부모와 배우자가 선장 선주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유가족 3명에게 총 1억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씨는 2011년 탈북한 뒤 동해안에서 해산물 채취를 하는 잠수부로 일했다. 2013년 3월 경북 울릉군에서 잠수 작업 중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재판부는 “선박 엔진 배기구에서 나온 불꽃이 잠수부의 공기 유입 호스를 통해 공기 정화기에 있는 숯에 착화되면서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며 고용자 측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선장은 배기구와 공기 유입호스 거리를 두는 등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고, 선원도 즉시 잠수부를 올려 구호하지 않았다”며 “이들의 사용자인 선주 역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숨진 김 씨보다 먼저 탈북한 형이 북한에 사는 부모와 동생의 배우자를 원고로 내세워 제기했다. 그는 2013년 5월 법원으로부터 법정대리인이자 동생의 재산관리인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북한 주민에게 계좌를 통한 송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배상금이 유가족에게 전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재산관리인인 형은 배상금을 보관할 수 있지만 이를 임의로 사용할 수는 없다. 사용하려면 반드시 용도를 밝히고 법원의 까다로운 허가 절차를 따라야한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횡령죄가 적용된다. 1년에 한 번씩 법원으로부터 배상금을 잘 관리하는지 재산관리 상황도 보고해야 한다. 중국 등 제3국을 통한다 하더라도 사전 허가를 받거나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상 원고인 유가족이 탈북하지 않는 한 배상금이 제대로 지급되기가 힘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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