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하대 총장후보 13명 등록… ‘낙하산’ 오명 벗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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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교수 등 개교후 최다 신청
“대한항공 인사 배제” 기대감 반영

“더 이상 재단 인사와 학연 지연 등으로 얽힌 인물이 총장이 돼서는 안 된다.”(인하대 공대생 A 씨)

“땅콩 회항에 따른 대한항공 이미지 실추 등 대외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만큼은 재단이사장의 고교 동문이나 지인을 총장으로 선출하기 위해 입김을 작용하는 일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인하대 B 교수)

내달 초순 인하대 제14대 총장 선임을 앞두고 ‘자질론’을 둘러싼 학내 여론이 분분하다. 총장 선임에 칼자루를 쥔 정석인하학원(이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무엇보다 대학 자율과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총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가장 높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가 최근 정석인하학원 재단 사무실이 있는 인천 중구 정석빌딩에서 ‘대한항공 낙하산 인사 중단’을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12월 중도 사임한 박춘배 전 총장은 조 이사장의 고교 후배였지만 교수 구조 개혁과 교수 및 직원 연봉제 도입 등 이른바 ‘재단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02∼2008년 총장을 지낸 홍승용 전 총장은 조 이사장과 고교 동창이었지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막말’ 논란 후유증으로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본수 전 총장은 재단을 너무 의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총장의 족적을 살펴보면 이처럼 재단 영향력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20일 마감된 총장 공모서류 접수 결과 인하대 교수 10명, 외부 인사 3명 등 총 13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인하대 개교 사상 가장 많은 13명의 총장 후보가 나섰다. 조 이사장 또는 대한항공과 가까운 인물이 배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현직 교수로는 법대학장과 인천발전연구원장을 지낸 김민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8), 조 이사장의 고교 후배인 김의곤 정치외교학과 교수(60), 박기찬 아태물류학부 교수(60),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을 지낸 심명필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65), 윤영섭 전자공학과 교수(63), 이재준 통계학과 교수(63), 교수회 의장을 지낸 정재훈 경영학과 교수(64), 최순자 화학공학과 교수(63), 허병기 생명공학과 교수(68), 부총장을 지낸 황선근 신소재공학과 교수(68)가 나섰다.

외부 인사로는 K일보 김모 발행인, 조 이사장의 고교 동창인 서울 모 대학의 이모 교수(66), 서울 사립대학의 진모 교수(63)가 등록을 마쳤다.

인하대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는 면접 등 심사를 거쳐 29일경 예비후보자를 4명으로 압축할 예정이다. 이어 최종 후보자 2명을 재단 이사회에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신임 총장을 결정한다. 이런 수순에 따라 이르면 내달 초순경 14대 총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하대교수회는 “그간 이사장의 개인적 인연과 재단의 독단적 의사에 따라 총장이 선임돼 왔다. 교수와 학생, 교직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총장 선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인하대는 최근 몇 년 사이 대학평가 지표에서 하락세를 보여 왔다. 지난해 지역창조경제의 요람인 링크사업단에 탈락하는 등 정부의 공모과제 사업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또 정부 국책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센터가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10년 전만해도 해마다 170여억 원에 달하던 대학기부금도 최근 48억 원대로 떨어지는 등 학교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29일 발표하는 최종 4명의 후보를 보고 본격적인 행동 여부를 결정하겠다. 재단 입김이 작용한 인물이 총장으로 선출되면 학내 갈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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