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동서남북]‘서운산단’ 첫 단추부터 잘 꿰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차준호 기자·사회부
차준호 기자·사회부
“본인은 30여 년 공직에 몸담으며 ‘청렴결백’하다고 하지만 동아일보 보도를 보고 후배들이 적잖이 실망하는 분위기예요.”

인천 계양구의 한 공무원은 며칠 전 기자를 만나 공직 선배인 가기목 서운산업단지개발㈜ 대표이사(60)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털어놨다. 가 대표는 2013년 6월 계양구 부구청장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직했다. 재직 당시 청렴을 강조했지만 그의 최근 행태를 보면 실망스럽다.

그는 퇴직 후 계양구 지명으로 서운산단 대표이사가 됐다. 그런데 대표가 된 뒤 곧바로 박형우 계양구청장도 모르는 도급약정서를 태영건설㈜에 만들어줬다. 수도권정비심의 등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설계가액의 92% 해당하는 공사금액을 약속해 줬다. 다른 민간투자사도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여기에 자신이 다니는 교회 성도 수십 명을 불러 관내 식당에서 법인카드로 접대했다. 대표 취임 후 이틀 만에 무려 600만 원의 급여를 받아 챙겨 후배 공무원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했다.

이런 문제점을 보도한 기자에게 ‘서운산단의 고문으로 모시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업무 관련성이 높아 서운산단이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 업체에 해당한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감사원과 인천시 감사가 시작됐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지만 계양구청장은 가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교 선배인 가 대표를 쉽게 내치기 힘들 것이라고 해석한다. ‘청렴 도시 계양’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박 구청장의 청렴 이미지에 흠집이 날 수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 단추들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게 세상이치다. 공사를 앞둔 서운산단이 제대로 출발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차준호 기자·사회부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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