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溫故知新)의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올 수밖에 없었다.” 전주대 역사문화컨텐츠학과 최선아 씨(2학년)의 말이다. 최 씨는 앞으로 약탈문화재 반환과 한국의 역사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데 기여하고 싶어 한다. 최 씨를 역사문화컨텐츠학과로 유인한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는 소위 ‘명품학과’다. 학과는 작년 교육부 지방대학특성화학과로 선정된데 이어 명품학과로까지 뽑히는 겹경사를 맞았다. 학과가 제시한 특성화의 요체는 한국사에 바탕을 둔 인력양성. 이를 실현하기 위해 커리큘럼 개편은 이미 2013년에 끝냈다. 커리큘럼은 전공필수와 선택과목 전체를 ‘고고·박물관학’ ‘역사문화콘텐츠학’ ‘국학 고전번역’ 등 3개 대분야로 나누고 각 과목을 입문-심화-활용의 단계로 구성해 학업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이 학과는 해마다 약 3억3000만 원을 국가로부터 지원받는다. 홍성덕 교수는 “돈 걱정 없이 학생들을 교육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혜택”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받는 가장 큰 혜택은 장학금. 홍 교수는 “공부해서 장학금 받는 게 아르바이트 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게끔 장학금 액수를 대폭 늘렸다”고 강조했다. 2014학년도 장학금 총액은 5억3900만 원으로 1인당 평균 386만 원. 여기에 특성화 장학금까지 얹어줘 ‘공부하는 게 돈 버는 것’이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줬다. 3.5 이상 학점을 받는 학생이 특성화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할 경우 등록금 면제는 물론이고 최대 200만 원의 특성화 장학금을 인센티브 형태로 받을 수 있다. 2015학년도 신입생 등록금은 전액 면제다.
두 번째 수혜는 정규교육 과정과 별도로 전공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점. 학과는 지난 학기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있지 않은 서양사를 집중 강의 형식으로 가르쳤고 올 2월 일본답사도 하는데 사전조사-현장교육-결과보고 순으로 진행해 역사를 통한 기획과 콘텐츠활용 능력도 키울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도 특성화 자금에서 답사경비의 90%인 1인당 120만 원을 보조하기에 가능해졌다.
세 번째 수혜는 교육환경 개선. 국내 유일의 전천후 고고학 실습장을 만들어 고고학 트랙의 내실화를 꾀하고 별도의 학과 도서실과 학습실을 마련해 2만 권의 전공서적과 국학고전을 비치해 번역사업의 인프라를 한층 강화시켰다.
역사문화컨텐츠학과의 오늘은 학과의 생존을 위해 발 벗고 뛴 9명의 교수들 덕분이다. 교수들은 학과를 살리면서 전국을 대표하는 역사학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교수들은 새로 교수채용 시 소장교수 의견 존중, 매주 한 번의 전체 점심, 안식년 금지, 철저한 역할분담, 처장 보직 교수 2명 이상 금지 등의 원칙을 세웠다. 교수사회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 원칙은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다. 교수들은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구실에 있어야 한다는 불문율도 자율적으로 지키고 있다. 9명의 교수 모두가 전주에 거주하기 때문에 학생들과 소통하기 쉽다는 것도 강점이다. 홍 교수는 역사문화컨텐츠학과가 변화에 변화를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교수 간의 화합이 일등공신이라고 했다. 그는 “교수들이 한마음이 된 덕에 2009년부터 차별화된 특성화 교육을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학과 교수들의 번역 연구 역량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학교 부설 ‘한국학고전연구소’는 ‘호남권 고전협동번역사업 준대형 거점연구소’로 ‘준대형 연구소’는 국내에 두 곳뿐이다. 연구소는 9명의 교수, 6명의 전문번역인력, 4명의 대학원생, 2명의 학부생이 팀을 이뤄 연간 10억 원의 번역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번역 역량의 강점 덕에 학과는 학부-대학원-전문연구인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들 수 있었다. 동아일보는 2013년 9월 학과 교수들의 연구역량이 역사학 분야 9위라고 보도해 학과의 노력을 인정했다.
학과의 2014년 취업률은 87.5%로 전국 70개 역사·고고학 계열 학과 중 1위. 홍 교수는 이공계와 상경계 취업률보다 취업률이 높은 데 대해 “특성화 교육의 성과와 ‘사제동행 프로그램’의 효과”라고 분석한다. ‘사제동행 프로그램’은 교수가 학생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취업을 위해 신입생 때부터 맞춤지도를 하는 것이다. 학과는 ‘전주역사박물관’ ‘술 박물관’ ‘흐름 디자인’ 등 전라북도 33개 기업과의 산학협약이 효과를 내고 역사 콘텐츠에 기반 한 커리큘럼이 뿌리를 내리면 취업률은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과의 입학정원은 40명. 이중 80%인 32명을 수시전형으로 선발한다. 수시합격자의 학생부 성적은 평균 5.1등급이지만 정시합격자의 성적은 수시보다 높다. 2015년 수시합격자 중 8명을 슈퍼스타 전형으로 뽑았는데 이 전형은 면접과 학생부 성적 반영 비율이 50:50이다. 학생부는 모든 교과목을 다 반영한다. 면접은 개별면접과 심층면접이 있는데 심층면접은 입학사정관, 역사문화컨텐츠학과 교수, 타학과 교수 등 3명이 1명의 학생을 두고 인성과 역사학에 대한 학습능력과 의지를 점검한다.
홍 교수는 “전주대 역사문화컨텐츠학과에 들어온 걸 자랑스럽게 만들어주겠다. 우리와 함께한 4년이 60년을 책임일 것이다”라며 고등학생들에게 학과 지원을 권유했다. 기자는 “역사해서 벤츠 타자!”라고 강조하는 그의 말에서 ‘역사공부로 먹고 살 수 있겠나?’라는 사회의 냉소 섞인 질문에 멋진 답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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