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45분 더 걸려 저속철 전락”… 대전시 “승객 많은 곳 당연히 서야”
4개 시도단체장 연석회의 무산… 지방의원 상경시위 지역대결 양상
4월에 개통할 예정인 고속철도(KTX) 호남선의 서대전역 경유를 놓고 호남과 대전광역자치단체 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대전시가 ‘운행 횟수 50% 서대전역 경유’를 주장하자 호남권 지방의회 의원 200여 명이 서대전역 경유 방안을 담은 코레일의 운행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2일 상경 시위를 벌였다. 급기야 권선택 대전시장이 광역단체장 연석회의를 제안하고 나섰지만 호남권 시도지사들이 거부하면서 정부의 최종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대전과 호남권 대립 격화
서대전역 경유를 둘러싼 논란은 KTX 호남선 개통을 앞두고 코레일의 운행 계획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코레일은 호남선과 전라선의 KTX 운행 횟수를 주말 기준으로 하루 62편에서 82편으로 늘리되 이 중 18편(22%)은 서대전역을 경유하도록 하는 운행 계획 초안을 마련해 지난달 중순 지자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코레일 측은 기존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여행객 점유율 30%를 반영했다고 밝혔지만 이 계획을 접한 호남권 지자체들은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호남선 KTX 건설 계획의 취지(출발점과 종착점의 최단거리 운행)가 무색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기 시작했다. 대전시도 대전시민들의 탑승 수요 증가를 예상해 오히려 경유 횟수를 50%까지 늘려야 한다며 코레일의 계획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권 시장은 1일 “호남고속철도의 서대전역 경유 문제는 이성적인 대화를 통해 양보와 타협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광주시 전남도 전북도 등 호남권 3개 시도지사에게 연석회의를 제안했다. 하지만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 송하진 전북지사는 “시도지사가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며 거절했다. 이 지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전시장과의 연석회의는 (안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며 “국토부 장관과 3일 만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호남권 광역·기초의원 200여 명은 2일 정부서울청사를 찾아 KTX 서대전역 경유 반대 집회를 가졌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는 기존 오송역(충북 청원)의 위축을 우려해 호남권을 지지하는 형국이다. 백제역(공주) 위축이 불가피한 충남도는 논산시와 계룡시를 의식해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다.
○ ‘건설 취지 살려야’ vs ‘승객 수요 감안해야’
호남권 지자체들은 서대전역을 경유할 경우 기존 선로 이용으로 인해 용산역에서 광주 송정역까지 45분이 더 소요돼 고속철로서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요금도 고속선(신설노선)은 km당 163.31원, 일반선(기존노선)은 103.66원으로 기존 노선이 저렴하지만 서대전역을 경유할 경우 거리가 32km 늘어나 사실상 요금 인하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대전시는 서대전역 경유 여부와 운행 횟수는 승객 수요를 감안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 시장은 서대전역 50% 경유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지난해 당선됐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서대전역의 이용자가 전체의 30%로 용산역 다음으로 많고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신설 노선 개통으로 늘어나는 운행 횟수를 감안하면 최소한 50%는 서대전역을 경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레일 측은 “서대전역 경유가 정치 문제로 비화돼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수요와 공공성을 감안할 때 승객이 있으면 정차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TX 경부선을 봐도 신경주를 경유하는 신설 노선이 섰지만 동대구 구포 부산을 연결하는 구노선은 여전히 운행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호남지역 자치단체들은 “서대전역 경유 시 경유시간은 45분 늘어나는 반면 요금 차이는 거의 없어 대전권을 제외하고는 이용자가 급감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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