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경찰 수사를 보다 못해 직접 범인을 찾아나선 사람이 있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때 한 중고차 매매사이트를 통해 가해차량 추적에 나섰던 김두호 씨(28)다. 김 씨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아예 ‘누리꾼 과학 수사대(누과수)’ 창설에 나섰다. 차량, 사진 전문가 등과 함께 억울한 뺑소니 피해자를 막기 위한 활동이 목적이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는 누리꾼들이 사건에 직간접으로 개입하면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누리꾼은 전문성 갖춘 조력자”
김 씨는 경기 수원시에서 컴퓨터 판매업체를 운영 중이다. 생업을 이어가는 틈틈이 차량 사고 피해자들이 의뢰한 폐쇄회로(CC)TV나 블랙박스를 판독한다.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때는 처음 공개된 CCTV 자료를 분석해 의심차량의 차종(BMW)과 번호를 추정했다. 당시 CCTV 자료가 엉뚱한 차량을 찍은 것(실제 차량은 윈스톰)이라 헛수고가 됐지만 김 씨의 노력 덕분에 많은 국민이 이 사건에 관심을 쏟게 됐다. 김 씨는 “누리꾼이 힘을 모으면 피의자가 자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판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차량이 이동하는 수백 장의 CCTV 화면을 캡처한 뒤 이를 한 곳에 겹치는 방식으로 차량 번호를 파악했다. 그는 “경찰이 불가 판정을 내린 CCTV 화면도 판독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뺑소니 피해자 발생을 막고 경찰 수사에 도움을 주려고 누과수 창설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누리꾼은 인원과 시공간 제약이 없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진실 왜곡’ 위험성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본보 취재팀이 일선 수사 경찰 30명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누과수’ 활동을 놓고 찬성 14명, 반대 16명으로 비슷했다. 찬성한 경찰들은 “공개수사 때 누리꾼들은 여론을 환기시켜 제보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하는 경찰은 “누리꾼은 피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개인 정보를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고한 사람이 범죄자로 몰려 ‘마녀사냥’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인천 어린이집 원생 폭행사건 때는 인터넷에 폭행 교사 남편으로 잘못 알려진 한 시민이 휴대전화 ‘문자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때 누리꾼들이 범행과 관련 없는 BMW를 가해차량으로 지목한 것은 결국 자신들이 얻은 자료의 오류를 판단할 방법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