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캄보디아 오지마을에 ‘희망의 무대’ 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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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맥키스오페라단 공연 하기동성당 신자들은 봉사활동
지속적 후원 위해 자선음악회도

대전지역 소주업체 더맥키스컴퍼니의 맥키스오페라단원들이 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앞서 1월 31일과 2월 1일 시아누크빌 오지마을에서도 2차례 공연을 했다. 프놈펜=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지역 소주업체 더맥키스컴퍼니의 맥키스오페라단원들이 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앞서 1월 31일과 2월 1일 시아누크빌 오지마을에서도 2차례 공연을 했다. 프놈펜=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1일 오후 7시(현지 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버스로 1시간쯤 떨어진 컥정마을. 주민 1500여 명 대부분이 판잣집 생활을 하고 있다. 골목마다 쓰레기가 넘치고 개울가에는 썩은 물에서 나는 악취가 진동했다.

이날 시아누크빌 성당의 공소운동장에서는 ‘아베마리아’, ‘오 해피 데이’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가 흘러 나왔다. 운동장에 모인 주민들은 처음엔 호기심 어린 눈빛이었다가 공연이 이어지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대전지역 소주업체인 ㈜더맥키스컴퍼니(회장 조웅래)가 운영하는 혼성 6인조의 맥키스오페라단 공연이었다. 이들은 왜 13시간이나 걸리는 먼 이국땅에 갔을까?

○ “평생 남을 공연 통해 희망 심는다”

이들의 캄보디아 공연은 조 회장이 2013년 대전 유성구 하기동성당 신자 20여 명과 이곳으로 봉사활동을 왔다가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주민들을 처음 만나면서다. 노인들을 목욕시키고 화장실을 지어 준 데 이어 가지고 온 생활물품과 입고 온 옷까지 벗어줬다.

“물질적으로도 힘들지만 문화 혜택이라곤 전혀 받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조 회장은 회사가 운영하는 맥키스오페라단의 캄보디아 공연을 추진키로 했다. 이미 2011년 결성돼 대전 계족산 등지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인 ‘펀펀(Fun Fun) 음악회’를 캄보디아 오지마을에서 열기로 한 것.

이번 무대에서 단원들은 온몸을 모기에 뜯기면서 공연에 열중했다. 현지에서 빌린 음향기기가 오래돼 작동이 제대로 안됐지만 목청을 높였다. 공연을 보기 위해 1시간 반 걸어왔다는 퐁 카이 씨(50)는 “평생 공연이라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칸 차이 군(16)은 “중단한 학교 공부를 계속해서 저렇게 노래를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페라단은 캄보디아에 도착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과 출국 하루 전인 3일에도 시아누크빌과 프놈펜 등에서 세 차례 공연을 했다. 정진옥 단장은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목소리라는 재능뿐이었다. 노래를 따라 부르려 애쓰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작지만 지속가능한 후원이 중요”

하기동성당 신자들은 2012년부터 시아누크빌 성당 한국인 수녀인 율리 수녀와 인연을 맺은 뒤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해 왔다. 이 중 학생들의 교육 지원 프로그램은 독특하면서도 현실성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자들은 매년 100명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교육비 1200만 원을 지원해 왔다. 특히 학업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위해선 개별 후원자를 정해 고교 졸업 때까지 후원을 이어갔다. 별도의 구호단체를 거치지 않고 율리 수녀를 통해 100% 당사자 교육비로만 활용한 것.

하기동 성당 측은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전 방문 때 현지 학생 8명을 한국에 초청하기도 했다. 방요셉 봉사단장은 “우리와 그들이 다른 것은 우리는 부모들로부터 받은 게 있고 그들은 없는 것뿐”이라며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신자들은 마을 화장실과 컹 무이(53·여) 모자가 거주할 수 있는 집도 지어 주었다.

성당 측은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15일 오후 5시 대전예술의 전당에서 바보음악회를 연다. ‘바보음악회’는 스스로를 ‘바보’라 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5주기를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1만 원의 티켓 판매금 전액은 후원금으로 쓴다.

시아누크빌=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캄보디아 오지마을#하기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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