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7시(현지 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버스로 1시간쯤 떨어진 컥정마을. 주민 1500여 명 대부분이 판잣집 생활을 하고 있다. 골목마다 쓰레기가 넘치고 개울가에는 썩은 물에서 나는 악취가 진동했다.
이날 시아누크빌 성당의 공소운동장에서는 ‘아베마리아’, ‘오 해피 데이’ 등 우리 귀에 익숙한 노래가 흘러 나왔다. 운동장에 모인 주민들은 처음엔 호기심 어린 눈빛이었다가 공연이 이어지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대전지역 소주업체인 ㈜더맥키스컴퍼니(회장 조웅래)가 운영하는 혼성 6인조의 맥키스오페라단 공연이었다. 이들은 왜 13시간이나 걸리는 먼 이국땅에 갔을까?
○ “평생 남을 공연 통해 희망 심는다”
이들의 캄보디아 공연은 조 회장이 2013년 대전 유성구 하기동성당 신자 20여 명과 이곳으로 봉사활동을 왔다가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주민들을 처음 만나면서다. 노인들을 목욕시키고 화장실을 지어 준 데 이어 가지고 온 생활물품과 입고 온 옷까지 벗어줬다.
“물질적으로도 힘들지만 문화 혜택이라곤 전혀 받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조 회장은 회사가 운영하는 맥키스오페라단의 캄보디아 공연을 추진키로 했다. 이미 2011년 결성돼 대전 계족산 등지에서 열리는 무료 공연인 ‘펀펀(Fun Fun) 음악회’를 캄보디아 오지마을에서 열기로 한 것.
이번 무대에서 단원들은 온몸을 모기에 뜯기면서 공연에 열중했다. 현지에서 빌린 음향기기가 오래돼 작동이 제대로 안됐지만 목청을 높였다. 공연을 보기 위해 1시간 반 걸어왔다는 퐁 카이 씨(50)는 “평생 공연이라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칸 차이 군(16)은 “중단한 학교 공부를 계속해서 저렇게 노래를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페라단은 캄보디아에 도착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과 출국 하루 전인 3일에도 시아누크빌과 프놈펜 등에서 세 차례 공연을 했다. 정진옥 단장은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목소리라는 재능뿐이었다. 노래를 따라 부르려 애쓰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작지만 지속가능한 후원이 중요”
하기동성당 신자들은 2012년부터 시아누크빌 성당 한국인 수녀인 율리 수녀와 인연을 맺은 뒤 다양한 봉사활동을 진행해 왔다. 이 중 학생들의 교육 지원 프로그램은 독특하면서도 현실성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자들은 매년 100명이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교육비 1200만 원을 지원해 왔다. 특히 학업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위해선 개별 후원자를 정해 고교 졸업 때까지 후원을 이어갔다. 별도의 구호단체를 거치지 않고 율리 수녀를 통해 100% 당사자 교육비로만 활용한 것.
하기동 성당 측은 지난해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전 방문 때 현지 학생 8명을 한국에 초청하기도 했다. 방요셉 봉사단장은 “우리와 그들이 다른 것은 우리는 부모들로부터 받은 게 있고 그들은 없는 것뿐”이라며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신자들은 마을 화장실과 컹 무이(53·여) 모자가 거주할 수 있는 집도 지어 주었다.
성당 측은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15일 오후 5시 대전예술의 전당에서 바보음악회를 연다. ‘바보음악회’는 스스로를 ‘바보’라 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5주기를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1만 원의 티켓 판매금 전액은 후원금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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