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있는 신곡수중보(洑·신곡보)를 철거하는 것이 낫다는 내용의 서울시 용역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수중보 철거를 위한 본격적인 검토 작업에 나섰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한하천학회는 ‘신곡보 철거가 경제성이 있다’는 내용의 영향 분석 용역 보고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신곡보를 그대로 두거나, (수문을 열고 닫는) 가동보 형태로 개조하는 것보다 철거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 수중보 철거, 득이냐 실이냐
수중보는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물길을 막는 시설이다. 신곡보는 1988년 한강에 설치된 수중보 2곳(신곡보, 잠실보) 가운데 하류인 경기 김포시 고촌읍에 있다. 수량을 풍부하게 유지하고 염해를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한강을 거슬러 서울로 침투하는 북한 공작원을 막는 안보 기능도 맡고 있다. 반면 강의 흐름을 막기 때문에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를 불러온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한강 수중보 철거는 박원순 시장(59)의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다.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박 시장은 서울 강동구 암사동 생태습지를 둘러보며 “보를 없애는 게 자연적인 강 흐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13년 7월 신곡보 철거를 위해 3억4600만 원을 들여 대한하천학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신곡보 철거를 전제로 종 다양성, 자연 하천성의 비용 대비 편익을 분석한 결과 각각 9.21과 1.71이 나왔다. 수치가 1보다 크면 경제성이 인정된 것이다. 또 보를 제거하면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과 조류농도(Chl-a)가 각각 최대 3.9%, 19.1% 낮아지는 등 수질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거 비용은 173억 원, 공사 기간은 1년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보 철거에 따른 편익값(9.21)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석환 대진대 교수(토목공학과)는 “보의 순기능에 비해 수변 경관 회복, 생태성 회복 등 계량이 힘든 요소가 너무 높게 평가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보가 철거되면 단절됐던 어류 생태계는 개선되겠지만 또 다른 자연환경이 훼손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역 책임자인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대표적인 보 철거론자다.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은 “정치적 중립성이 부족한 박 교수를 용역 책임자에 앉힌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유관기관 갈등 불가피
서울시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시는 조만간 국토교통부와 경기 김포시 고양시 등 유관기관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다음 달 말까지는 최종 방침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기관과의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신곡보의 소유권은 하천법 제2조에 따라 국토부가 갖고 있다. 서울시 단독으로 보를 철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보를 철거하면 바닷물 역류를 막을 수 없어 오히려 기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며 “농업용수 확보에도 부정적”이라면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보가 철거되면) 한강 하구 경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시 관계자는 “아직 신곡보를 철거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건 아니다”며 “2월 말까지 연구를 보완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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