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광주 남구 봉선로 대화아파트 옹벽 붕괴 현장을 둘러본 안전진단팀 관계자는 “부실시공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파트 뒤편 소방도로 쪽 15m 높이의 옹벽이 갑자기 무너진 것은 이날 오전 3시 49분경. 전체 옹벽 144m 가운데 30m가량이 붕괴되면서 엄청난 양의 토사가 주차 차량 40여 대를 덮쳤다. 사고 직후 아파트 2개 동 165가구 주민 490여 명은 추가 붕괴를 우려해 대피했다. 103동 주민 김모 씨(61)는 “신문을 가져오려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지진 같은 굉음이 들려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1993년 9월 지어졌다. 소방도로 옹벽은 제석산 절개면의 토사를 막기 위해 시공됐다. 현장 점검에 나선 전문가들은 붕괴 원인으로 옹벽 부실시공을 유력하게 꼽았다. 기완서 조선이공대 토목건설과 교수는 “높이가 8m를 넘는 옹벽은 2, 3단으로 쌓아야 하는데 붕괴된 옹벽은 1단이었다”며 “부득이하게 1단으로 할 경우 기둥을 세우는 등 다른 특수공법을 써야 한다”고 밝혔다.
조사에 나선 안전진단팀도 총체적 부실공사를 확인했다. 안전진단팀은 옹벽 내부 철근이 표준안에 비해 30% 정도만 설치됐고 이마저 허술하게 연결된 것을 발견했다. 옹벽 두께도 하단이 60cm인 반면 상단은 30cm에 불과했다. 안전진단팀은 토사 압력 때문에 H빔을 지지하던 쇠줄이 끊어지고 1.8m 간격의 H빔마저 부러지며 옹벽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옹벽 정상의 배수관도 크기가 가로 20cm, 세로 20cm에 불과했다. 이 정도 높이의 옹벽 근처에는 가로 50cm, 세로 50cm의 배수관이 적합하다. 배수관에서 넘친 빗물이 옹벽 내부로 흘러들어 지반을 약화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옹벽 벽면 배수관 개수도 규정보다 적었다. 광주 남구는 2013년과 2014년 해당 옹벽의 안전 점검을 실시했지만 결과는 모두 ‘이상 없음’이었다.
남구는 이날 붕괴된 옹벽에서 토사가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흙 포대로 주변에 임시 보호벽을 쌓았다. 또 붕괴된 절개지 위에 방수포를 덮어 추가 붕괴를 막기로 했다. 남구 관계자는 “붕괴된 옹벽이 B급 시설물이라 주의 관찰대상은 아니다”며 “완벽한 보강공사는 일주일 정도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보강공사가 끝날 때까지 주민 490여 명은 귀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부실시공이 최종 확인될 경우 수사에 나설 방침이나 해당 건설사는 부도났고 공소시효도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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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서 아파트 옹벽 붕괴. 사진=동아일보 DB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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