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4시 반 광주 광산구 신창동의 한 은행. 30분 정도 손님 좌석에 앉아있던 최모 씨(36)가 작은 과도 칼을 꺼내 들고 은행창구로 갔다. 최 씨는 은행 여직원 2명에게 “나는 강도다. 현금 2000만 원을 달라”고 했다. 장난스러운 최 씨 행동에 여직원 1명은 그대로 앉아 있었고 다른 한 명만 놀라 뒤로 도망갔다.
최 씨의 어이없는 행동이 계속 되자 부지점장 정모 씨(49) 등 남자 직원 2명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창구에서 나왔다. 겁을 먹은 듯 최 씨는 흉기를 내려놓았다.
최 씨는 지난해 12월 5일 오후 4시 광주 동구 산수동 은행 2곳에서 어설픈 강도행각을 벌였다. 한번은 은행 청원경찰을 위협하다 1분 만에 쫓겨났고 다른 한번은 여직원을 흉기로 위협했지만 은행 직원들이 가스총으로 반격해오자 별다른 도발 없이 뜻을 접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최 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불구속 입건했다. 최 씨는 경찰조사에서도 “국정원이 나를 도청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교도소에 들어가려고 강도짓을 했다”고 했다. 그는 형사들에게 ‘어떻게 하면 교도소에 오래 복역할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최 씨는 고교 재학시절 대인기피증을 앓았고 인터넷에 빠져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고교 졸업 후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해 돈을 많이 벌었지만 피해망상증을 일으키며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그가 인터넷 괴담에 심취해 피해망상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가족의 동의를 받아 최 씨를 광주의 한 병원에 입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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