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6시경 서울 서대문구 맥도날드 신촌점에서 20, 30대 청년 100여 명이 이같이 외쳤다. 손에는 ‘갑질을 멈춰라, 친구라면 그러겠냐’ ‘사장아 고만해라 알바도 사람이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모두 ‘알바노조(아르바이트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왔다. 20여 명은 맥도날드 매장 안으로 들어가 손님들에게 “맥도날드 규탄한다”라고 외쳤다. 맥도날드 직원은 “영업방해로 인해 피해가 되고 있으니 나가 달라”고 했지만 조합원 이가현 씨(22·여)는 아랑곳하지 않고 외쳤다.
“저도 여러분처럼 맥도날드에서 일했습니다. 여러분도 불법행위에 대해 아시지 않습니까!”
알바노조는 이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생에게 ‘갑질’ 하는 기업을 찾아가 점거 시위를 했다. 맥도날드 유리문에는 ‘알바갑질 절대금지’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오늘은 알바노동자 최초의 행동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경기 부천의 맥도날드에서 일하다 지난해 9월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당했다. 이 씨는 “점장이 ‘노조 활동을 주변에서 불편해하니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맥도날드는 이에 대해 “(이 씨의) 퇴사 전 3개월 동안의 평균 근무일은 주 1회도 되지 않았고 잦은 스케줄 변경과 지각, 결근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매장 운영에 기여할 수 있는 크루(직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신청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심문회의에서 기각됐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스케줄 매니저가 학업시간을 보장해주겠다고 해서 방학 때 주 1, 2회 일을 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알바노조는 손님이 많은 신촌점과 연세대점을 선택해 매장이 가장 붐비는 주말 저녁에 점거 시위를 했다. 신촌점에서는 경찰이 막아섰지만 일부가 안으로 진입했고, 연세대점은 출입문을 잠가놓고 경찰이 가로막아 밖에서 집회가 열렸다. 조합원들은 맥도날드가 일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과, ‘꺾기’(손님이 없을 때 강제 조퇴시키고 그 시간만큼 임금을 안 주는 것)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롯데리아 앞에서도 “문제가 확인되면 점거 시위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집회는 행진을 포함해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맥도날드 주변은 경찰과 조합원들이 에워싸고 아수라장이 돼 손님들이 들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한 남성이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조합원들의 점거 시위를 촬영하자 조합원들은 이 남성을 구석에 몰아넣고 “불법 채증하지 마세요!” “당신 누구야!” “모르는 사람이면 꺼지라고요”라며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당시 맥도날드 신촌점 안에 있던 김수연 씨(27·여)는 “얼마나 억울하면 저렇게까지 할까 싶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측은 “점거 시위는 엄연한 불법행위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알바노조는 집회 말미에 조합원들에게 “오늘 (점거를) 시작했으니 계속 한다. 우리 식대로 간다. 앞으로 더 많은 조합원들과 더 많은 매장에서 더 길게 점거 시위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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