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쓰시마(對馬島) 여행 중 해상자위대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국인 남성의 유족이 국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금까지 사건을 수사해 온 일본 경찰은 “넘어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유족은 “타살 의혹이 짙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언론사에 경제 관련 정보를 제공하던 송모 씨(53)는 지난해 12월 26일 친구 이모 씨(53)와 부산에서 여객선을 타고 쓰시마 섬 이즈하라(嚴原)로 여행을 떠났다. 이 씨에 따르면 일행은 이날 이즈하라 항구 인근에서 술을 마셨다. 이 씨는 오후 10시 30분경 혼자 숙소로 돌아왔고 술을 더 마시겠다던 송 씨는 이튿날 오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씨의 신고를 받은 일본 경찰은 같은 달 29일 오전 부둣가에서 송 씨의 외투를 발견했다. 이어 다음 날 오전 9시 43분경 이즈하라 해상자위대 건물 회의실에서 이불을 덮은 채 숨져 있는 송 씨가 발견됐다. 시신을 부검한 일본 경찰은 사망 원인을 ‘외상성(外傷性) 상해’로, 사망 시각을 29일로 추정했다. 실종 당일부터 이틀 정도 살아있었던 것으로 봤다. 경찰은 송 씨 유족에게 “송 씨는 어디선가 넘어져 머리 뒷부분을 다쳤고 자위대 건물로 들어온 뒤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고 설명했다.
하지만 송 씨의 형(58)은 “타살로 의심되는 정황 증거가 충분한데도 일본 경찰의 수사에 이상한 점이 많다”며 부산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9일 밝혔다. 그는 “자위대 건물은 혼자 들어갈 수 없는 구조다. 사망에 이를 정도로 머리를 다친 사람이 외투가 발견된 부둣가에서 자위대 건물까지 약 500m를 걸어갔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둣가와 자위대 건물 사이에 송 씨 일행의 숙소가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굳이 숙소를 지나 낯선 건물을 침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는 “동생의 머리와 귀에 난 상처, 갈비뼈 골절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집단 구타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유족이 수사를 공식 의뢰했기 때문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경찰에 공조 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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