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서 끼리끼리 졸업앨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취업난에 졸업 시점 제각각… 옅어진 소속감에 대학 단체사진 “NO”
교정에서 천편일률 사진 옛말… 캠퍼스 커플-친구 모여 ‘사제 앨범’
홍대-강남 일대 전문 스튜디오 성업… 주말 촬영예약 3주는 기다려야

경직된 표정을 연상시키는 대학 졸업앨범 대신 사설 스튜디오에서 만든 사제 앨범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콘셉트로 촬영이 가능한 데다 멤버 구성, 촬영 시점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대학생들의 입맛에 딱 맞는다는 평가다. 루필름 스튜디오·어스타운드30 스튜디오 제공
경직된 표정을 연상시키는 대학 졸업앨범 대신 사설 스튜디오에서 만든 사제 앨범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콘셉트로 촬영이 가능한 데다 멤버 구성, 촬영 시점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대학생들의 입맛에 딱 맞는다는 평가다. 루필름 스튜디오·어스타운드30 스튜디오 제공
학사모에 졸업 가운을 두른 두 여대생은 15분 뒤 흰 셔츠에 청반바지를 맞춰 입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옷이 달라져도 촬영 기사의 주문은 한결같았다. 억지로 포즈를 연출하지 말고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장난을 치라고 당부했다.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아는 스튜디오’에서는 동국대 법학과 09학번 동기인 대학생 김지혜 씨(26·여)와 남효정 씨(26·여)의 졸업앨범 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2시간여 사진을 찍는 동안 캠퍼스 졸업 사진 촬영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흡사 오랜만에 학교에서 만난 듯 두 사람이 자연스레 웃고 떠드는 동안 사진사가 카메라 셔터를 끊임없이 눌렸다.

대학에서 만드는 판박이 졸업 앨범 대신 사설 촬영 스튜디오의 ‘사제 졸업 앨범’을 선호하는 대학생이 늘어나고 있다. 2, 3년 전 이화여대 등 일부 여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사제 앨범 문화가 점차 확산되면서 홍대앞, 강남 일대에도 이를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가 늘어나는 추세다. 대학 졸업식이 몰려 있는 2월 현재 주말에는 3주를 기다려야 촬영을 할 수 있을 정도다.

대학생들이 이처럼 사제 졸업 앨범을 선호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졸업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생들은 가능하면 취업을 확정 지은 뒤 졸업을 결심하고, 앨범 촬영에 참여하지만 언제 졸업할지 기약이 없다 보니 앨범 촬영도 한없이 밀린다는 것. 갑자기 취업에 성공해도 사제 앨범을 선택하면 친구들과 편하게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남 씨는 “취업이 되면 사진을 찍겠다는 생각에 (앨범 촬영) 타이밍을 여러 번 놓쳤다”며 “더 늦어지면 친구들과 함께 찍을 수 없다는 생각에 사설 스튜디오 촬영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과 소속감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 활동에 주력했던 과거와 달리 학생들이 인턴 활동, 공모전 참여 등 외부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면서 과에 대한 뿌리 의식이 희미해진 상황.

지난해 서울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다른 과 학생들과 함께 졸업 사진을 찍은 김지수 씨(24·여·명지대 경영학과 졸업)는 “얼굴도 모르는 과 동기들과 어색하게 사진을 찍는 대신 대학 생활을 함께 즐긴 이들과의 추억을 남기자는 생각에서 (사제 졸업 앨범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새로운 커뮤니티가 중시되는 현상이 졸업 앨범 촬영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모나 교수와 졸업 사진을 찍거나 캠퍼스 커플이 둘만의 졸업 앨범을 만드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형식의 자유로움도 사제 졸업 앨범의 장점으로 꼽힌다. 졸업 가운, 정장을 입은 천편일률적인 사진 외에도 다양한 의상, 소품을 활용해 다양한 콘셉트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 짧은 시간에 ‘찍고 넘어가는’ 대학 졸업 앨범과 달리 스튜디오 앨범은 2, 3시간 공을 들이는 데다 사진 보정 작업에도 개입할 수 있어 사진 만족도 또한 높은 편이다. 대학 오리엔테이션, MT 등 재학 시절 사진을 앨범에 추가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윤수민 soom@donga.com·강홍구 기자
#졸업#앨범#끼리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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