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성장통 겪는 ‘부산국제영화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1일 03시 00분


조용휘·사회부
조용휘·사회부
해마다 10월이면 부산은 ‘영화의 바다’가 된다. 열흘간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에는 국내외 유명 영화인과 팬들이 어울려 한바탕 축제를 펼친다. 1996년 걸음마를 시작한 BIFF는 세계 톱10 영화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어른 대접을 받는 약관(弱冠)의 나이를 맞아 도약을 다짐해야 할 BIFF가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영화인은 영화인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부산시는 시대로 이기적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그동안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만큼 논란이 큰 적은 없었다. 지난해 영화제 때 전 국민을 공분케 했던 세월호 참사의 일부를 다룬 ‘다이빙벨’이 문제였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아직 진행 중인 사건으로 유가족에게 상처를 준다”며 상영 중지 의사를 BIFF에 전했다. 하지만 BIFF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해친다”며 상영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BIFF조직위원장인 서 시장과 이용관 BIFF집행위원장은 ‘정치 9단’ ‘영화 9단’이라는 주변의 평가가 무색할 만큼 투박하게 부딪쳤다. 지난해 12월 BIFF 운영 전반에 걸쳐 지도점검에 나선 부산시도 문제였다. 121억 원의 BIFF 예산 중 60억5000만 원을 지원하는 시의 감정이 드러났다. ‘손보기’였다. 이 집행위원장의 찍어내기(사퇴) 논란 속에 “베일에 가린 BIFF의 속살도 드러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여론에 떠밀려 BIFF는 9일 해운대구 영상벤처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미래 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참석한 패널 6명과 시민 및 영화계 인사 100여 명은 이구동성으로 BIFF가 ‘명품 영화제’로 자리매김하길 바랐다.

영화인들은 “예술의 적은 ‘검열이나 부담’이라며 지나친 간섭을 삼갈 것”을 건의했다. 또 “독립성과 자율성, 고유성과 특성을 헤아려 달라”고 주문했다. 영산대 주유신 교수는 “주먹구구식으로 BIFF를 운영하다 보니 문제가 터졌다. ‘슈퍼 갑’으로 변한 BIFF가 수평적으로 처신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황보승희 부산시의원은 BIFF의 예산 집행, 인력 채용 문제를 지적하고 도덕성과 투명성, 절차와 기준을 요구했다.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은 “끊임없는 조직 쇄신이 필요하다. 숲이 우거지면 새가 날아들 듯 지원은 하되 간섭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BIFF는 새로운 20년을 넘어 100년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아시아에서 우뚝 선 BIFF는 부산시민과 영화인, 시의 지원이 만들어낸 걸작품이다. 한 시민의 지적처럼 정치, 문화, 시민 ‘권력’이 ‘욕심’을 내면 안 된다. 모두가 마음으로 갈채를 보내고 ‘힘’을 보태야 BIFF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조용휘·사회부 silent@donga.com
#부산국제영화제#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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