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서 10년째 치킨 가게를 운영해온 김현숙(가명·50·여) 씨는 최근 한 달 매출의 10% 이상을 수수료와 관련 비용으로 냈다.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바로 주문할 수 있는 ‘배달앱(배달 애플리케이션)’ 회사 5곳에 자신의 가게를 등록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주문 1건이 들어올 때마다 김 씨는 많게는 음식값의 12.5%를 수수료로 낸다.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면 3.5%의 수수료가 추가로 붙는다. 게다가 일부 업체에는 월 5만 원 내외의 광고료도 내야 한다. 김 씨는 “수수료가 아깝지만 동네 다른 가게들도 배달앱을 이용하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배달앱 시장 규모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배달앱 시장은 지난해 거래액 1조 원을 넘었다. 올해 말에는 그 규모가 1조500억∼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높은 수수료율 때문에 배달앱 업체들과 자영업자들 사이의 갈등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골목 식당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여러 자영업자 단체들이 수수료가 없는 자체 배달앱을 최근 개발했거나 곧 내놓을 계획이다.
한국외식산업협회(회원 4만3000명)는 지난해 9월부터 개발해온 자체 배달앱을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는 43만여 명의 음식점주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푸드인’ 앱을 4월 말 내놓기로 하고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회원사 6만여 개를 거느린 한국배달음식업협회는 이미 지난해 말 배달앱 ‘디톡’을 내놓고 서비스 중이다.
손동민 한국배달음식업협회 이사는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기 위해 일부 식당들은 배달앱을 통해 주문받은 음식은 양을 줄이거나 서비스 메뉴를 빼는 등의 행위를 해 왔다”며 “자체 배달앱이 생기면 이런 문제점이 없어지고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배달앱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생기는 음식값 상승 등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자체 배달앱의 성공 여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신한금융투자의 자료에 따르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배달통 등 ‘빅3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한다. 단시간 내에 이 ‘벽’을 뚫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 협회 배달앱이) 가맹점 수나 인지도 등에서 기존 업체들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자영업자 협회들이 지역이나 음식 종류를 세분하는 방식으로 배달앱의 콘텐츠를 차별화하거나 배달앱을 1개로 통일하는 등 경쟁력을 높여 사용자를 끌어모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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