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기초수급자 눈물 닦아준 형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2일 03시 00분


CCTV 분석해 운전기사 추적… 택시에 놓고 내린 돈가방 찾아줘

9일 오후 2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계 사무실. 이모 씨(66·여)가 꼬깃꼬깃한 5만 원권 2장을 던지고 잽싸게 사라졌다. 양태영 경위(50) 등 형사들은 이 씨를 쫓아가 돈을 돌려줬다. 주부 이 씨는 왜 형사계 사무실에 돈을 던지고 갔을까?

기초생활수급자인 이 씨는 1일 오후 4시경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 후문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 택시 안에 가방을 놓고 내렸다. 가방 안에는 현금 193만 원과 각종 신분증이 들어 있었다. 이 돈은 동생(62)이 통장에 넣어 달라고 맡긴 것이었다.

이 씨는 밤잠을 못 자고 고민하다 6일 광산경찰서에 신고를 했고 양 경위 등은 조사에 착수했다. 양 경위 등은 이 씨가 택시에 탑승한 지점부터 하차 지점까지 폐쇄회로(CC)TV 10대의 화면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양 경위 등은 이 씨가 탑승했던 택시를 특정해 기사 김모 씨(53)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택시기사는 “가방을 본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 양 경위는 “이 씨가 택시 조수석에 앉은 데다 가방이 커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수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다. 1시간 뒤 택시기사 김 씨는 양 경위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내가 가방을 갖고 있다”고 실토했다.

경찰은 11일 김 씨에게서 가방을 넘겨받아 이 씨에게 돌려줬다. 분실한 현금을 찾게 된 이 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양 경위 등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형사들이 식사를 거절하자 5만 원권 2장을 던지고 도망치듯 가버린 것. 이 씨는 택시기사 김 씨의 형편이 짠하다며 김 씨에게 5만 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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