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댓글, 누리꾼 "사적인 공간이라지만…"

  • 동아경제
  • 입력 2015년 2월 12일 1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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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현직 부장판사가 수년간 익명으로 인터넷에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된 혐오성 막말 댓글 수천 개를 쓴 사실이 확인됐다.

수 도권 법원에 근무 중인 A 부장판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포털사이트에 5개의 서로 다른 아이디와 닉네임을 사용해 뉴스 기사와 다른 사람들의 댓글에 악성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댓글을 단 분야는 주로 정치와 법조·정보통신·사건사고 관련 기사들이었다. 자신이 판결을 선고했거나 맡고 있는 사건에 관한 기사에도 댓글을 달았다.

A 부장판사는 사법부가 공식적으로 부끄러운 과거사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한 것과는 별개로 과거사 사건 피해자를 조롱하고 독재정권 치하의 수사·재판을 옹호하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동료 법관의 판결에는 '정치적으로 판결했다'고 적었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선 "종북 세력을 수사하느라 고생했는데 안타깝다"는 댓글을 작성했다.

2008년 촛불집회 참가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친노 계열 정치인, 노동조합 등을 상습적으로 비난하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최근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어묵으로 비하한 혐의로 구속된 김 모 씨 사건 기사에 대해 "모욕죄로 구속된 전 세계 최초 사례"라며 김 씨를 두둔하는 댓글을 달았다.

A 부장판사는 댓글을 단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비록 익명이긴 하지만 현직 법관이 부적절한 댓글을 달아 법관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사적인 영역에서 이뤄진 댓글 행위가 알려지게 된 경위가 의문이지만 법관의 품위를 손상시킨 데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현직 부장판사의 악성 댓글 소식에 누리꾼들은 "현직 부장판사면 엄청 바쁠텐데…악플달 시간이 있나" "판사도 댓글을 달 수 있지만, 편향된 시각은 부적절한 듯" "익명이면 저렇게 해도 되는건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동아경제 기사제보 e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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